뉴욕의 한 증권회사에서 7년간 부장으로 일해 오던 캐더린 브리튼(45)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그녀가 직장을 잃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증권사 투자은행팀의 비윤리적 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다른 금융회사에서 새출발을 할 계획인 그녀는 취업전에 일할 회사의 고용주를 면밀히 분석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을 구할 때 임금이나 직함 뿐 아니라 기업윤리도 주요요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부정이 확산되면서 구직자들은 자신을 고용할 기업이 어떠한 윤리관을 갖고 있는지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직자들은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읽어보거나 기업의 과거 역사를 꼼꼼히 챙긴다. 그러나 취업하기전에 기업 윤리관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 파산한 아더앤더슨 직원들처럼 윤리적으로 잘못된 회사에서 일했다는 사실은 이력서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어 구직자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있다. 때문에 일부 구직자들은 취업 인터뷰에서 회사가 얼마나 윤리적인지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취업 컨설팅 업체인 파이브어클럭의 라차드 바이에르 전무는 "면접관이 취업 인터뷰 자리에서 해고될 경우 많은 퇴직수당을 주겠다고 공언했다면 그런 회사는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업 면접관이 자신보다 높은 임원진과의 상의도 없이 이같은 약속을 했다는 것은 회사 운영이 그만큼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직자들이 회사의 미래 전망에 대해 물었을 때 고용주가 머뭇거리고 대답을 회피하는 기업도 바람직한 직장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교의 린다 트레비노 교수는 "구직자가 너무 많은 질문을 한다고 귀찮아 하는 회사는 좋은 회사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트레비노 교수는 취업을 앞 둔 학생들에게 기업문화와 윤리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직원을 뽑을 때 윤리적 측면을 중요시하는가""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승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가"등이 그것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업윤리 강령과 윤리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실제로 어떤 훈련을 시키고 있는지도 사전에 알아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또 회사에 윤리담당 임원(ethics officer)이 있는지,윤리담당 임원의 보고가 감사진은 물론 회사의 최상부에까지 전달되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윤리적 행동을 한 직원을 격려하고 포상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리담당 임원협회의 에드워드 페트리 국장은 "윤리적 행동을 한 직원들에 대한 포상제도를 두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업도 최근 구직자들이 기업윤리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86년 사내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한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는 직원들로 부터 지금까지 약 5만6천건의 기업윤리 관련 질문을 받았다. 패트릭 그나조 부사장은 "올 가을 경영학 석사 학위자(MBA)들을 뽑을 때 기업윤리에 대한 질문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