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이사들로 구성된 강력한 이사회를 가진 기업만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델라웨어 대학의 기업지배구조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찰스 엘슨 교수(43)는 독립된 이사회가 원활한 자본조달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기업들의 부정회계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인터뷰와 강연 등으로 바빠진 엘슨 소장을 델라웨어 대학 MBNA 아메리카홀에서 만나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 기업들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연이어 기업회계 부정사건이 터지고 있습니까.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은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기업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바람직한 지배구조시스템이 제시됐습니다. 정부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강제한 것이 아니라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요구당했습니다. 시장의 힘이 작동하는 것이죠.그러나 시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혁이 이뤄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들의 부당한 회계관행이 최근들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는. "독립적인 이사회가 핵심입니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해고하는 의사결정기구입니다. 경영진을 관리 감독하려면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필수적인 것은 이사들이 그 회사의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사들이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장기 보유 주식은 이사들에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작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엔론을 포함해 부정회계가 드러난 기업들은 이런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합니까. 같은 맥락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의 모든 이사가 사외이사인 게 좋습니다. 이사들은 주식을 갖고 있는 것 외에는 그 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 합니다. 예컨대 이사회가 10명으로 구성됐다면 8∼9명은 사외이사인 게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권한의 이중구조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관련,한국 기업들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계열사간 교차소유,내부거래 등이 문제입니다. 경영진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도 아직 정착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뉴왁(美 델라웨어州)=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