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활동중인 박유아씨가 17일부터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통과의식'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갖는다. 젖은 펄프로 만든 반투명 천들을 천장에 매달아 만장(輓章) 같은 제례의식을 보여주는 설치작을 선보인다. 이화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박씨는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와 드로잉을 공부했다. 작가는 최근 붓을 집어던지고 전통 회화를 탈피해 흙이나 종이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과 바닥을 고분으로 만든 긴 방을 전시장 내에 마련해 사람 크기의 천 여러 장을 천장에 매달았다. 방은 윤회의 통로를 의미하며 흔들리는 천들은 장례행렬을 연상시킨다. 무덤으로 향하는 길엔 장송곡이 울려퍼진다. 이런 통과의식을 거친 뒤 죽음은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박씨는 "관람객이 방을 둘러보면서 스스로 제례의식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박태준 포항제철 명예회장의 딸인 그는 1996년 제3회 한국미술정예작가상을 수상했다. 24일까지.(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