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Feel 골프'] 월드컵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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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4강에 올랐다.
4강에는 4강이 될 만한 과정이 있고,이유가 있다.
그 위업의 과정을 골프에 대입해 본다.
한국 축구팀은 원래 보기플레이어였다.
동네골프에서는 그럭저럭 상위권이었지만 그 상위권은 한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동네의 수준 자체가 워낙 비기너급이어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홈코스에서 세계골프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당연히 한국은 걱정이 태산이 됐다.
보기플레이 가지고는 도저히 세계의 강호들과 맞대결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코치를 초빙했다.
그는 부치 하먼에 버금가는 유명한 코치였다.
코치는 한국 골프를 '무대포 골프'로 명명했다.
'거리만이 최고다'라며 드라이버샷만 뻥뻥 질러대고,트러블이 있건 없건 그린만 보고 쏘는 '막무가내 골프'라는 것!
그는 한국에 전략골프,매니지먼트 골프를 가르쳤다.
그는 결정적 취약점이 없는 '올 라운드 골프'를 강조했다.
한국은 그에게 골프를 배웠지만 실제 확신은 없었다.
대회 개막이 다가와도 스코어는 여전히 80대 후반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은 커트 통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세계대회에서 모조리 커트 미스했던 한국은 커트 통과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드디어 대회 개막!
한국은 의외로 선전했다.
첫 라운드 후 한국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골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린 앞에서의 '온탕냉탕'도 없어졌고,버디 후 바로 OB를 내 실점하는 악습도 사라졌다.
한국의 최대 위기는 '조폭 골프'를 하는 이탈리아와의 동반 경기였다.
이탈리아는 초반 버디 한 방을 잡은 후에는 줄곧 한국팀 신경만 건드렸다.
한국이 파를 잡아도 보기라고 우겼고,저들의 볼이 해저드로 들어가도 아니라고 우겼다.
한국은 악전고투 끝에 18번홀 버디로 경기를 연장으로 넘기며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은 욕심이 났다.
실력이 어느새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 수준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갤러리들도 "별거 아니잖니,밀어붙여!"를 외쳤다.
그러나 골프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17,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4위를 마크했다.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진정 '꿈 같은 4위'였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얻은 교훈은 진정 심플했다.
'단점 파악,혹독한 연습으로 필드에서 죽겠다'는 정신력이면 골프도 정복된다.
본지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