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상(환율 하락)되고 있지만 한국과 수출 경합관계인 일본 엔화 가치는 더 큰 폭으로 절상돼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더 나빠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에 대해 9일 현재 원화가치 절상률은 지난 5월 말 대비 2.9%로 엔화(4.3%)보다 낮았다. 엔화 환율의 하락 속도가 원화 환율보다 1.5배 가량 빨랐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상품이 일본상품에 비해 가격 인상 압력이 덜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 수출단가가 높아지고 수출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환율 급락이 걱정이지만 경쟁국 환율도 함께 떨어진다면 수출 경쟁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달러화(1.7%) 대만 달러화(1.9%) 인도네시아 루피아화(2.3%) 등의 절상률에 비해 원화 가치 절상률이 더 높아 일부 시장과 품목에선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실상 고정환율제인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와 경쟁관계인 섬유류나 저가(低價) 가전제품 수출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편 원화는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비해 각각 2.4%, 2.0% 절하(5월 말 대비)됐다. 유럽지역에선 거꾸로 한국상품 가격이 인하될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3.1%) 싱가포르(1.7) 홍콩(3.1) 등지의 통화에 대해서는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