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충당금 적립 규모를 대폭 늘리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은행 재무담당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이익이 많이 날 때일수록 보수적으로 결산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금감원은 정상여신의 경우 현재 0.5%만 쌓고 있는 충당금 적립 비율을 0.75% 수준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상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비율을 0.75%로 높이면 전체 은행권의 부담은 1조원 가량 늘어나고 그만큼 은행들의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금감원은 또 충당금 적립 비율이 각각 50%, 1백%인 회수의문 채권과 추정손실 채권의 경우 가급적 상각 처리(떼인 것으로 회계처리)해 손실로 반영토록 은행들에 요구했다. 현재 자본조정으로 처리하고 있는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도 당기순손실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은행이 매입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신용등급이 떨어졌을 때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평가해 충당금을 설정하도록 당부했다. 이밖에 은행의 미처분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재무구조개선 적립금으로 쌓는 방안도 제시하고 이를 감안해 결산하도록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국내 은행의 재무상태가 아직도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의 자기자본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