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대 신방과 4학년 김모씨는 요즘 매일 아침 7시면 학교 도서관을 찾는다. 방학이라지만 10분만 늦어도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밥도 거른 채 집을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씨는 "방학인데도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 수가 시험기간에 비해 결코 적지않다"며 "과 선·후배끼리 취업준비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일주일에 4번씩 만나 상식 논술 등을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학중 캠퍼스는 거대한 '취업준비 촌(村)'으로 변해있다. 대학 도서관들은 취업난을 그대로 반영하듯 각종 고시는 물론 일반 기업체 취직을 위해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이미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사표를 던지고 학교를 찾은 '취업 재수생'들도 섞여있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 중에서도 방학의 낭만을 뒤로 한 채 방학 때 영어 중국어 컴퓨터같은 취업용(?)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있다고 이화여대 도서관 관계자는 전했다. ◆새벽엔 영어학원,낮엔 도서관=S대 국문과 김현석씨(26·4학년)는 토익성적을 올리기 위해 매일 새벽 어학원에 들렀다가 도서관을 찾는다. 그는 "방학이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학교내 어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거나 경영학 마케팅 특강을 들으며 취업을 준비한다"며 "학교에서 2∼3시간씩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검색하고 국·영문 원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난 6월 하순부터 토익 토플 영어회화 코스를 개설한 서강대 어학원의 경우 평소의 두배에 달하는 1백여명의 학생이 강좌를 듣고있다. 이밖에 경영학 회계학 등을 가르치는 사설학원도 취업준비를 위한 대학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직장 버리고 학교로 U턴=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운좋게(?) 직장을 잡았던 졸업생들 가운데도 자신의 적성을 찾아 다시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취업준비 열기는 더욱 가열되는 추세다. 모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다가 취업준비에 들어간 S대 출신 권모씨(26)는 "처음에는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지만 후회는 없다"고 털어놨다. 권씨는 같은 과 동기중 10여명이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와 취업재수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비무환,학점관리는 미리미리=02학번 새내기들도 도서관에서 선배들과 자리다툼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Y대 인문학부 이모씨(20)는 여름 방학 계절학기로 교양영어를 듣고 있다. 영어는 보통 학기중에 듣는 과목이지만 전략적인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학부제 시행으로 학기중에는 영어보다는 좀더 많은 전공과목을 듣는 게 전공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영어는 취직을 위해 어차피 공부해야 되는데 방학동안에 하면 성적도 잘나오고 학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한 반에 절반 가량이 02학번"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원·김동윤·문혜정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