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4강 진출'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바탕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5천만 한국인을 하나로 뭉치게 했으며 '세계 경제4강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응원을 주도했던 이른바 'R(red)세대'의 등장이다. 지난 6월 한달동안 전국을 붉게 물들인 미래의 경제주체 'R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국가에 대한 잠재된 애정을 발견했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큰 무형의 경제적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포스트 월드컵의 발전 전략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대회를 치루면서 한국은 10개 경기장과 주변도로 건설 등으로 총 2조3천8백억원을 지출했지만 18만5천명의 고용 창출과 3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관광 방송 건설 광고.마케팅 스포츠용품산업 등 연관 산업의 연쇄적인 성장 효과를 비롯 외국인 직접투자가 촉진되고 지방경제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한 점도 이번 월드컵 대회의 빼놓을 수 없는 경제적 효과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같은 월드컵의 직.간접적 경제 효과를 모두 합친다면 대략 2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는 CNN BBC 등 세계 주요 방송을 통한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7조7천억원)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14조7천6백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제 '코리아'하면 외국인들은 '월드컵 4강 진출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붉은 악마'를 떠올릴 것이란 얘기다. 영국 BBC는 "평화적이면서 열정적인 응원 문화가 이제 한국의 브랜드로 정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회.문화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팀 경기 응원 과정에서 '붉은(악마) 정신(red spirit)'으로 표출된 사회 통합의 힘은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란 설명이다. 월드컵 대회 기간중 확인된 한국인의 결속력은 그동안 분산됐던 국가 에너지를 한 곳으로 묶어낼 정신적 인프라가 됐다는 것. 향후 지역.계층.세대.노사.남북 갈등을 해소하는 원천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동력을 국가발전으로 연결시키려면 새 비전과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붉은 악마'의 열정을 유발했듯이 21세기 국가 발전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전략이 제시돼야 국력을 결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기 대통령은 월드컵 개최로 얻은 효과를 장기 경제발전 계획 등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인물이 뽑혀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축구를 잘하는 것과 경제가 발전하는 것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냉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상반기 경제동향과 하반기 과제'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축구순위(FIFA 랭킹)와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하면 축구 랭킹이 높을수록 경제가 오히려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랭킹 상위국이나 돌풍을 일으킨 국가들은 실제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제는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월드컵 기간중 뜨겁게 달아올랐던 흥분을 접고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월드컵이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열심히 응원한 우리들! 이젠 일하자'는 얘기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