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보고 "여자 히딩크"라나요.히딩크 감독이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전 때 제가 만든 넥타이를 매고 나와서 한국팀이 이겼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회사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에요."히딩크 넥타이"를 구입할 수 없냐는 전화가 하루에 5백통은 넘게 걸려오니까요." 정부 공인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인 누브티스(www.nouveautes.co.kr) 이경순 사장(46)의 행복한 비명이다. 이 회사 자체 브랜드인 "누브티스"는 일반 대중들에겐 생소하지만 정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선 꽤 알려져 있다. 주로 청와대 행정자치부 등에서 해외 귀빈들에게 선물할 스카프나 넥타이 등을 만들기 때문. 지난 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했을 때 한국 정부가 선물한 하늘색 스카프도 누브티스 제품이었다. 이 사장이 히딩크 감독에게 넥타이를 선물한 것은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개최국까지 찾아가 현지에서 경기를 관람할 만큼 열성팬이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프랑스 정부 디자이너인 로베르토 파라비와 함께 월드컵 기념 공식 스카프와 넥타이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국빈이 방한하면 늘 넥타이나 스카프를 만들어달라고 하던 정부가 히딩크 감독에게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더군요.그래서 직접 넥타이를 들고 히딩크 감독을 찾아갔지요.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과 천지만물의 형상을 나타내는 "팔괘"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한국 축구팀의 필승 염원을 담아서요." 이 사장의 간절한 바램 덕인지 "히딩크 넥타이"는 승리를 불러오는 "행운의 넥타이"라는 소문이 퍼져갔다. 결국 샘플로 소량만 제작했던 넥타이를 7백장 정도 새로 만들어 일반인에게도 팔고 있다. "히딩크 넥타이"처럼 누브티스 디자인은 해시계 첨성대 금관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홍익대 금속공예과를 나와 미국 필라델피아대 텍스타일디자인과학대학,미국 로체스터디자인과학대학원에서 공부한 이 사장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외 유명 의류.방직업체에서 원단디자인을 전문으로 했다. 그러던 지난 96년 봄 평소 친분이 있던 이수성 전 국무총리로부터 "5월 한달간 유럽 순방을 하니 해외 귀빈들에게 선물할 넥타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것도 "연꽃"을 모티브로 한 넥타이로 말이다. 이때부터 이 사장은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전용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타깃은 장.차관을 비롯 정부 고위관료나 유명기업 CEO 등으로 정했다. "상위 5%만 고객으로 삼는다"는 고급화 전략을 펼친 것. "해외에 나가서도 넥타이 한장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 한참 얘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나 봐요.나랏일 하시는 분들께서 먼저 연락을 주시더군요."무궁화 넥타이"나 "수원성 스카프","화랑 넥타이"는 각각 고건 전 서울시장과 이인제 민주당 의원,한덕수 경제수석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들입니다.한마디로 누브티스는 나라를 사랑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브랜드지요." 이 사장의 꿈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유럽 축구를 몰아냈듯이 한국 패션이 유럽 패션을 몰아내는 것. 지금까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한국 브랜드를 버버리 레노마 페레가모 등 세계적인 브랜드 못지 않게 키워나간다는 목표다. "세계 디자인의 흐름은 동양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한국 고유의 문양을 외국인들 취향에 맞게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낸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요.축구에서 "히딩크 신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누브티스를 "한국 브랜드의 신화"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02)915-3533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