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좌담회] 성공 CEO 3人의 '히딩크식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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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식 경영이 재계에서 화제다.
선수선발의 공정성, 명확한 비전제시, 기초체력 강조, 가치공유 등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반드시 배워야할 핵심 강령으로 회자되고 있다.
FIFA 랭킹 40위의 한국축구를 1년6개월만에 세게수준으로 끌어 올린 히딩크의 지도방식은 우리에게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망해가던 기업도 능력있는 CEO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한국축구처럼 회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꼽히는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김재우 벽산 사장,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이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히딩크식 구조조정과 CEO의 역할'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 참석자 ]
서두칠 <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
김재우 < 벽산 사장 >
조운호 < 웅진식품 사장 >
사회 : 노부호 < 서강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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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교수 : 구조조정에는 전략적, 체계적, 인간적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분의 경험에서도 이를 알수 있습니다.
먼저 서 사장께서는 인간적인 부분에서 먼저 종업원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원가와 품질이라는 체계적인 부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후 주력제품을 바꾸는 전략적 변화를 시도했다고 봅니다.
김 사장은 기업의 핵심사업도 팔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로부터 구조조정을 착수한 경우입니다.
그 다음에 구조적인 문제, 즉 프로세스 혁신을 이루는데 성공했고 지금은 종업원들과 한 마음이 돼 일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전략적 혁신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했습니다.
▲ 서 사장 : 제 경우는 고객이 정해져 있었고 그 고객에 맞추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속 인원들이 필요성을 느껴야 했지요.
왜 원가를 낮춰야 하는지 공감대 형성이 가장 급했습니다.
제가 간 곳(한국전기초자)의 노동조합은 "그동안 당해왔다"는 피해 의식 때문에 회사나 CEO에 대한 신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공개하며 겸손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CEO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기초 체력을 키우듯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바탕 요소로 제가 선택한 것은 결국 인간경영이었습니다.
▲ 김 사장 : 98년 1월부터 벽산의 경영을 맡았습니다.
당시는 무엇이 회사에 가장 큰 위험인 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은 부채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편이었죠.
우리는 그런 건설회사와 6개월 외상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건설회사와의 직거래를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4천개에 이르던 회사의 건자재 대리점 가운데 상위 10%의 우량 거래처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습니다.
98년 7월께 질레트가 로켓트건전지를 인수하면서 브랜드값을 7백억원이나 평가해 줬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벽산의 브랜드를 평가 의뢰했는데 3천억원이나 된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렇게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만 있으면 다른 것은 다 팔아도 회사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력사업인 석고보드 생산공장을 팔았습니다.
▲ 조 사장 : 제가 대표를 맡았을 때는 회사가 거의 침몰상태였습니다.
매출은 4백억원도 안되는데 누적적자는 4백20억원이었습니다.
또 매달 적자가 10억원씩 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량재고가 넘쳐나고 채권회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었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대리점들은 다 도망갔습니다.
저는 이런 난국을 킹핀(King Pin)이론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볼링공으로 10개의 핀을 한번에 다 쓰러뜨리려면 핵심인 1번 핀을 잘 쳐야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핵심적인 요인을 해결하면 다른 것들은 쉽게 풀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R&D)에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나오는 제품마다 히트를 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에서 나왔던 문제들은 쉽게 해결이 됐습니다.
▲ 노 교수 : 서 사장께서 구조조정에 대해 쉽게 말씀하셨지만 당시에는 노사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서 사장 : 요즘을 정보화 사회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정보의 독점에서 힘과 권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는 정보의 독점이 불가능합니다.
정보는 공개성 신속성 익명성 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무조건 나를 따르라"라는 식으로 권위를 내세울 수 없습니다.
즉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간부사원들에게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을 만들고 정보를 철저히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 조 사장 : 공감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듣다 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종업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교육시키고 어떤 보상시스템을 만들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영업을 잘하고 품질관리를 잘하고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평가해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 김 사장 : 석고보드 공장을 판다니까 문전옥답 다 팔아서 회사를 어떻게 살리느냐고 냉소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요.
매각한 공장의 제품을 10년동안 전량 벽산브랜드로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어 제조부문을 아웃소싱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 노 교수 : 결국 구조조정에서는 CEO의 통찰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찰력을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유능한 CEO를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변화시킨 것과 자신의 구조조정 경험을 한번 비교해 주시죠.
▲ 서 사장 : 구조조정 당시 회사에서 1년동안 끈질기게 종업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까지 불러서 경영설명회를 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게 기초체력을 다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히딩크도 유럽에서 사용했던 전략, 전술을 적용하기 전에 체력을 키우지 않았습니까.
▲ 김 사장 : 히딩크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았고 이를 위해 실력있는 선수를 공정하게 뽑고 체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일단 믿고 책임을 맡기면 주변에서 이러쿵 저러쿵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오야마대학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일본경제의 침체원인을 대부분의 일본기업 CEO가 그 회사 출신이기 때문에 혁신을 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히딩크는 연고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 조 사장 : 히딩크가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고 감독을 수락한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히딩크는 1년6개월만에 40위권 한국축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와 한국축구는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축구는 50년만에 월드컵에서 세계 4강에 들었습니다.
우리도 50년 역사의 국내 음료 시장에서 최근 2∼3년만에 4강에 들었습니다.
▲ 김 사장 : 우리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한 가지 빠뜨린게 있습니다.
구조조정은 참고 견디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야 개혁이 스스로 힘을 얻게 된다는 점입니다.
▲ 노 교수 : 이번에 축구를 보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면 단시간내에 성과를 낼수 있다는 겁니다.
이 구조조정을 국가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만 잘 뽑으면 우리도 1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지도자를 히딩크 식으로 뽑아야 합니다.
성과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국민의 책임입니다.
정리=김태완 기자 twkim@hankyuh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