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일본계 대금업체의 주된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는데 대한 비판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국내 금융사로부터의 차입금을 밑천으로 삼아 한해에 무려 1조원 가량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따른 "국부유출" 우려다. 또 하나는 국내 소액대출 시장을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선점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떼돈 버는 일본계 대금업체 A&O크레디트 프로그레스 파트너크레디트 등 7개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이미 국내 급전(急錢)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지난 3월말 현재 대출잔액은 총 6천7백48억원. 올해 말에는 대출잔액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들의 대출금리가 최소 연 98%인 점을 감안한다면 1조원 가까운 이자수익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이처럼 큰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빠르고 편리한 대출상품과 철저한 연체관리 덕분이다. 일본계 대금업체의 연체율은 국내 저축은행 연체율(약 20%)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고객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확보된 5개의 전화번호를 활용,배우자 형제자매 부모 친구 등에게 대출상환을 독촉하는 전화를 건다. 채권추심의 강도가 국내 금융사에 비해 높다보니 최근에는 채권추심관련 각종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소액 대출시장 잠식 경인지역 저축은행 대표들은 지난주 대표자회의를 열고 일본계 대금업체를 지원하는 컨소시엄 구성에 관한 논의를 벌였다. 여유자금 운용이 어려운 현실에서 연리 17%에 돈을 빌려가는 일본계 대금업체를 상대로 한 대출을 늘리자는 게 일부 저축은행의 주장. 하지만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일본계에 대한 대출을 늘리다보면 국내 소액급전시장은 결국 '일본계 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대출시 담보로 잡히는 소액 신용대출채권의 리스크(위험성)를 감안할 때 이같은 담보를 믿고 국내 금융사들이 대출을 늘렸다가는 향후 국내 금융사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 '영(令)'이 안선다 금융감독원도 일본계 대금업체에 대한 대출영업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지난 1월18일 전국 저축은행(당시 신용금고)에 '대금업자에 대한 대출취급 관련 유의사항 통보'란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공문을 통해 "일본계 대금업자들은 저축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비정상적인 고금리 마진을 취하고 있다"며 "앞으로 저축은행 현장 검사시 대금업자에 대한 여신취급 여부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금감원의 '지도'는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이한구 저축은행팀장은 "특정업체에 대한 대출금지는 사실 금감원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일본계 대금업체 7개를 동일차주로 보고 거액(80억원 이상)의 대출을 못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이것조차 재정경제부와 협의할 사항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