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맸다. 전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태극전사들은 27일 오전 숙소인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 모인 뒤 오후 경주로 내려가 바로 터키와의 일전을 앞둔 회복훈련에 돌입했다. 한국으로서는 터키를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의 저력이나 48년 만의 본선 진출에서 4강에 오른 터키의 역량도 뛰어나 누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측 모두 결승 좌절의 패배에 이어 3·4위전 패배까지 안을 수 없다며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터키와 역대 세 차례의 대결에서 1무2패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고 특히 첫 출전했던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선배들이 0-7로 패한 수모를 되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 경기에 그동안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젊은 선수를 대거 기용,활기찬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전방 중앙 공격수에는 안정환이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좌우 날개에는 이천수와 차두리가 포진,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후반에 투입돼 명예로운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그동안 실력 발휘를 못한 최용수의 기용도 점쳐진다. 최용수는 전날 다른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 동안 홀로 미사리 국가대표팀 전용구장에서 훈련을 하며 3·4위전 출격을 준비했다.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던 미드필더진에는 이을용 유상철 이영표 송종국이,수비라인은 김태영 홍명보는 그대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상한 오른쪽 수비수는 최진철 대신 이민성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3·4위전은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 경험을 쌓을 기회라는 점에서 왼쪽 수비수에 현영민,오른쪽 미드필더에 최태욱 등이 후반에라도 교체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골키퍼에는 비록 독일의 올리버 칸과의 맞대결에서 패했지만 여전히 야신상 수상의 가능성을 남겨 놓은 이운재가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터키 대표팀은 이날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인터불고 호텔에 여장을 풀고 3·4위전 대비 훈련에 들어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