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출가 권오일(71.극단 성좌 대표)씨의 고희(古稀)를 기념하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다음달 6-17일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엄밀하게 지난해에 70세를 맞았으니 고희 기념공연은 한 해 늦게 무대에 올려지는 셈. 권씨가 만난 첫 연극은 중학시절 유진 오닐의 희곡 「지평선 너머」. 이후 1953년 전쟁으로 피난갔던 부산에서 청문극회(靑門劇會)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으며,서울로 돌아온 후로는 서울대학교 연극회를 조직해 대학극 활동을 벌였다. 이 무렵 이해랑.김동원.오사량 등을 만나 연출을 익히기도 했다. 졸업 후 제작극회에 몸담았던 권씨가 극단 성좌를 창단한 것은 1969년. 권씨는 이후 이 극단의대표로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해왔다. 극단 성좌는 전운 고운정 황일청 김성겸 남성우 유인촌 김혜옥 강효실 윤주상등의 배우들을 배출해왔으며 1970년 「두보의 고향을 아십니까」를 창단 공연으로그간 10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시립대 교수직과 연출가를 겸직해온 권씨는 84년 「봄날」로 대한민국연극제 연출대상, 90년 대한민국 예술대상, 95년 서울시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욕망...」은 아서 밀러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현대 극작가로 꼽히는 테네시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권씨가 이 작품을 고희 기념작으로 선택한 것은 대표적 연출작이기 때문. 권씨는 "윌리엄스는 언어의 마술사가 아니라 미학자로 그의 작품의 대사는 영롱한 시정의 아름다움이 풍기며 극적 구성, 인물 설정, 성격 묘사가 탁월해 연출 의욕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1947년 미국 뉴욕의 에셀 베리모어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몰락한 남부 지주의 딸 '블랜치'가 야성적인 동생 남편 '스탠리'를 통해 억눌렸던 내면의 성적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권씨는 "가녀린 한 여인이 뭇 남성들로부터 버림받고 마지막으로 거대한 남자의힘에 부딪혀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애절한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며 "섬세한 부분까지 차곡차곡 챙겨 리얼리즘 연극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겠다"고 말했다. '블랜치' 역에는 93년에도 이 역을 맡은 적이 있는 양금석이 캐스팅됐으며 '스탠리' 역은 최근 서울시립극단의 「크루서블」에 출연했던 강신구가 연기한다. 블랜치의 동생 '스탤러'로는 연극배우 전무송의 딸 전현아가 출연하며 이외에도채용병, 장연익, 최근창, 방재승, 하현주 등이 출연한다. 작품 말미의 단역 '의사'로 우정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권씨와 연극인생을 함께 걸어온 김길호 오현경 권성덕 전성환 전무송 이호재 박웅 오영수 이창희 한상혁 정동환 박팔영 등이 번갈아 출연할 예정.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첫날 낮공연 없음). ☎ 762-0010, www.moaplan.com.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