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26일 증시가 폭락하자 허탈감을 감추지못했다. 특히 월드컵축구 경기에서 한국팀이 화려한 성적을 거둔 뒤에 오는 충격이어서인지 망연자실한 모습이 증권사 객장의 곳곳에서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는 증권사 직원들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반등시기와 저점매수 시기를 점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줫다. ◆ "오늘만 900만원 손해봤다" 이날 오후 1시30분 동원증권 여의도지점에는 불과 10여명의 투자자들이 굳은얼굴로 상황판을 주시하면서도 시황을 분석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개인투자자 김모(39.상도동)씨는 "주로 코스닥주에 투자하고 있는데 오늘만 900만원가량의 손해를 봤다"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또 "증권사나 언론사의 증시정보가 다 제각각이고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어투자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저점을 확인하고 사라고 하지만 저점이 어딘지 어떻게아느냐"고 불평했다 투자자 이모(49.여의도동)씨는 "종합주가지수가 앞으로 더 떨어져 600선까지 갈것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 "월드컵 결승진출 좌절 때문인가요" 삼성증권 명동지점에는 투자자들이 심각한 얼굴로 시세판을 멍하니 쳐다보다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거나 아예 일찌감치 객장을 빠져나가 오히려 객장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일부 영업직원들은 고객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객장의 한 투자자는 "월드컵 결승 진출 좌절과 주가 급락이 무슨 연관이라도 있느냐"면서 "주가가 빠져도 너무 빠지고 있다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굿모닝증권 수원지점에서 투자자는 "월드컵 경기에서는 한국성적은 좋은데 왜주식시장은 `파란색' 뿐인지 모르겠다"면서 "도대체 붉은악마들은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같은 증권사 안동지점의 다른 고객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주식시장을 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년 고객은 증권사 직원에게 "미국 증시가 저모양이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없다"면서 미국 증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 투자자들 훨씬 성숙해져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증권사 직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투자자들은 크게줄었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은 저점매수 시기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증권 강남지점 관계자는 "월드컵이 마무리되는 동시에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많이 실망한 것같다"면서 "그러나 바닥권에 도달한게 아니냐는 생각에서 반등시점과 매수시기를 따져보는 투자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일산지점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멍하니 전광판을 지켜보는 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면서 "그러나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애써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LG투자증권 상계지점 관계자는 "고객들은 주가가 하락했다는 예전처럼 거칠게항의를 하지는 않았다"면서 "대부분이 체념한 듯한 모습이어서 객장 분위기는 더욱썰렁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