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은 24일 에이즈 등 공중보건 위기를 겪고 있는 빈곤국가들이 상표등록에 의해 보호되고 있지 않은 일반 치료약품들을 싼값에 수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새로운 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제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5일 WTO에 정식 제출될 새 제안이 에이즈와 말라리아등 치료제의 생산에 관한 WTO 규정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도국의 접근을 쉽게 하는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안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제3국이 상표비등록 약품을 생산, 개도국에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USTR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는 아프리카와 기타 빈곤국가들을 괴롭히는 에이즈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정부의 세계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보호요구로 압박받던 미국은 지난 해 탄저병과 천연두, 생물화학 공격 위협에 직면하게 되자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EU의 제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게 되는데 미국과 EU의 새 제안들은 지난해 도하에서 채택된 WTO 선언을 기초로 하고 있다. WTO는 지난해 11월 열린 도하 정상회담에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질병에 시달리는 개도국들과 대규모 제약회사의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 스위스 등 선진국 사이에 첨예한 논쟁을 벌인 끝에 `WTO 회원국들은 공중보건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값비싼 서방국가산 약품의 특허권을 초월해 자국에서 상표비등록 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선언을 채택했다. 도하선언은 또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특정 약품은 제외하고 있고 이같은 `강제 면허' 체제에서 생산된 약품들은 국내용으로만 쓰이고 수출은 할 수 없어 현재 제3국 제약회사들로부터 약품을 구입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도하협정이 발효되는 오는 2005년 1월1일부터는 오히려 사정이 더 나빠지게 된다. 남아프리카와 브라질 등 개도국들은 WTO 회담이 또 다시 결렬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도하선언을 일단 수락하긴 했으나 WTO는 올해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U의 제안은 도하 선언에 추가규정을 삽입, 한 나라가 한개의 특허권을 초월하되 제3국에 대신 약품을 생산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제약업계는 조심스럽게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나 `국경없는 의사회' 등 민간 지원단체들은 이것이 너무 복잡하고 개도국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이에 대해 금년내 최종안이 타결되기 전에관련국들이 추가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관계자들은 약품 생산에 관한 WTO 최종계획이 당초 예정보다 2년 앞당긴 올해 안에 승인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리랑카에 본부를 둔 국제보건행동(HAI)에 따르면 130개 개도국중 국내 수요를충당할만한 제약시설을 갖춘 나라는 10개도 안 된다. (워싱턴.브뤼셀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