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 이야기(메르세데스 300SL 걸윙) 인류에게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자동차를 선물한 사람은 칼 벤츠와 고트리브 다임러 등 엔지니어 출신의 독일인이다. 같은시대에 살면서 비슷한 개념의 자동차를 1886년 각자 발명해낸 두 사람이 세운 회사는 1926년 합병,다임러 벤츠로 탄생한다. 메르세데스란 이 회사 차의 상품명으로 사업파트너였던 오스트리아 사업가의 딸 이름을 붙인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고전했으나 1954년 뉴욕모터쇼에 "300SL 걸윙(Gullwing)"을 발표하면서 세계에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호화로운 도어를 열면 갈매기가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그대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차였다. 날지 못하는 대신 지상을 최고속도 시속 2백40~2백60km로 달릴 수 있는 이 차는 1952년 르망에서 1,2위를 휩쓴 레이싱차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재규어 XJ220,맥라렌 F1과 같은 슈퍼카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다. 수퍼라이트(Super Light)를 의미하는 SL이라는 경량의 알루미늄 바디와 항공기술에 이용되던 튜브 스페이스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섀시를 채택해 가볍고 단단한 구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섀시 구조상 강성이 확보되지 않아 일반 도어 개폐식을 사용하기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걸윙 도어(위로 열리는 도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기술상 문제로 고안한 도어가 300SL의 상징이 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은 아이러니라 하겠다. 또한 300SL은 당시로서는 최초로 에어로 다이나믹스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본네트(후드) 라인을 낮게 하기 위해 엔진을 좌로 50도 기울여 배치했다. 양산차로서는 최초로 연료분사시스템도 적용했다. 이후 300시리즈에 적용한 연료분사시스템은 다른 모델에도 장착하기 시작해 자동차의 필수부품으로 자리잡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명품으로 인정받는 300SL 걸윙은 1954년부터 1957년 보통 도어를 단 로드스터 버전으로 바뀌기까지 1천4백대가 만들어졌다. 이중 반수 이상이 미국 고객에게 팔렸다. 사교계의 유명인들이 이 차를 좋아했으며 젊은 시절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과 영화배우들이 오너였다고 한다.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독일에서 엔지니어 출신이 만든 자동차회사인 다임러 벤츠.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고급차 브랜드의 명성을 지켜온 이 회사는 1998년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합병해 양적으로도 덩치를 키우며 아우토반(독일에 건설된 세계 최초 고속도로)을 질주하고 있다. 김상권 부사장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