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19) '전문직이 뜬다'..PB.기업개선팀 인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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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국민은행장은 틈만 나면 "은행에서 인사부와 종합기획부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거머쥔 인사부와 종합기획부가 힘을 너무 행사하다 보니 은행원이 영업이 아닌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외환위기 전만 해도 인사부와 종합기획부 심사부 비서실 등은 은행원 사이에 인기 1순위로 꼽혔다.
아무래도 승진이나 인사이동 때 혜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기의 전문영역이 아니면서도 무조건 본점을,그것도 인사부나 종합기획부를 희망하는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인사권이 각 사업본부로 넘어가면서 인사부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종합기획부도 전략기획과 재무기획 등으로 전문화되면서 '아무나 가는 자리'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신 전문직종이 뜨고 있다.
PB(프라이빗 뱅커), 투자금융, 자산운용, 기업개선, 국제금융, 리스크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PB의 경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PB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반 은행원 사이에 최고로 각광받는 자리로 떠올랐다.
올해초 국민은행이 30명의 PB를 선발하기 위해 행내 공모를 실시했을 때 4백여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기업개선팀도 전문 직종으로 뜨고 있다.
지난 4월12일 남광토건은 건설업체중 처음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했다.
남광토건의 주채권은행은 하나은행.
하나은행의 박종윤 부동산금융팀장(당시 기업개선팀 차장)과 이남용 기업개선팀장이 남광토건의 워크아웃 졸업을 이끈 주인공이다.
남광토건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지난 98년 11월.
그해 적자만도 1천8백56억원에 달할 정도로 회생불능 상태였다.
채권단 사이에 "청산이 낫다"는 말이 나올 즈음인 2000년 하나은행이 나섰다.
박 팀장 등은 남광토건에 상주하면서 채무현황은 물론 영업상황까지 챙겼다.
이런 노력이 주효해 남광토건은 작년 1백5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하는데 성공했다.
자산운용과 투자금융부문도 뜨는 분야다.
저금리기조가 정착되면서 은행들은 남아도는 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자연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중요한 분야로 부상했다.
자산운용이 유통시장의 채권이나 주식에 자산을 운용하는 업무라면 투자금융업무는 이른바 돈 되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초기에 자본을 투자하는 업무를 말한다.
이 분야에 독보적인 사람은 국민은행의 김기현 투자금융팀장.
김 팀장은 옛 장기신용은행시절부터 벤처투자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맡아 오면서 국민은행의 투자금융업무를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렇듯 전문분야를 희망하는 은행원들이 많다보니 은행들도 전문가 양성을 위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98년부터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경력경로(Career Path)'를 구축했다.
거스 히딩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성공비결중 하나로 '지연.학연에 구애받지 않는 인재발탁'이 꼽힌다.
은행가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갈수록 각광받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