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티켓을 두고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벌어진 14일.온국민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달렸고,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굵은 땀을 흘리며 내지른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붉은 물결은 파도가 돼 전국을 휘감았다. 광화문 잠실 그리고 제주까지.한국축구사에 영원히 기억될 이날,4천7백만 모든 국민이 주인공이었다. 응원의 함성은 이날 아침해가 뜨면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광화문 대형 중계판 앞에는 붉은 악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이 외치는 '대∼한민국'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붉은 옷을 입은 출근길의 시민들도 교통통제로 차가 막히는 것을 짜증내지 않았다. 오후 들어 유명가수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응원전 행사'가 열리자 서울시청 앞은 지난 10일의 열기가 되살아났다. 기업들의 근무시간이 끝날 무렵인 5시부터는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40만여명이 모인 서울시청 앞만이 아니다. 부산역광장 15만명,인천 문학플라자 앞과 시청 앞 15만명,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13만여명 등 전국에서 2백만여명이 길거리응원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전국 2백26곳에 설치된 대형 중계기 앞에는 한국팀의 선전을 바라는 국민들로 가득찼다. 16강의 염원은 이렇게 전국을 덮어버렸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응원의 함성은 사실 지난 10일 이후 끊이지 않았다. 인천 문학경기장 앞에는 한-미전이 열렸던 지난 10일 이후 거대한 텐트촌이 형성됐다. 한국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나온 정호영씨(39)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고 필승 코리아를 노래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며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구조도 마음먹기에 따라 완전히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