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구장 선거 무풍지대 .. 축구 열성팬 매표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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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뭐죠?'
인천시 문학동 월드컵경기장 광장 앞은 '선거 무풍지대'였다.
한국-포르투갈전 입장권을 구하려 3백50여개의 텐트를 치고 며칠밤을 지새고 있는 3천여명의 열성 축구팬들에게 13일 실시된 지방선거는 남의 나라 일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14일 현장에서 판매될 입장권 수와 과연 그 표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인천에 주소를 둔 일부 대기자 중 교대로 투표를 하고 왔다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리긴 했지만 대부분은 투표보다 입장권에 관심을 쏟는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대기 행렬의 한 귀퉁이에 텐트를 친 이한샘씨(21·여)는 "투표를 하면 좋겠지만 대기 순서에 따라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번호표를 나눠 주기 때문에 한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다"며 "솔직히 지방선거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인천시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입장권 판매량을 1천6백장 정도로 추산하고 이를 구입할 수 있는 대기표를 2시간여에 걸쳐 배부하자 일부 시민들은 텐트를 걷고 귀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표소로 향하는 발길은 드물었다.
텐트를 걷고 귀가 준비를 하고 있던 박재혁씨(28)는 "번호표를 받았기 때문에 투표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친구들과 일단 표를 구했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한 뒤풀이를 하기로 해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학 월드컵경기장의 한 관계자는 "3박4일 야영을 생각하고 휴가까지 내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표는 안중에 없었던 것 같다"며 "월드컵 경기가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