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어놓고 단순히 투자만 하라니….' 정부가 조흥은행 지분(80.01%)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현대카드에 '러브콜'을 보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소식통은 13일 "현대카드가 최근 조흥은행측과 재정경제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조흥은행 민영화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현 은행법 조항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경부 등이 현대카드에 요청한 지분 인수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행법상의 산업자본 지분 규제 한도(4%)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매입할 경우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단순 투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곳에 거액을 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측에서 지분 인수를 요청해왔음을 간접 시인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이어서 은행에 투자할 경우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각종 제한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재경부쪽에서는 '금융업의 영역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제2금융권과 은행간 제휴는 불가피한 대세가 될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눈치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에서 "은행만큼 많은 점포를 갖고 있는 금융회사가 있느냐"며 "현대카드와 같은 후발 카드사는 특히 길거리 회원 모집 등이 금지된 상황에서 신규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점포망을 갖고 있는 은행과의 제휴를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흥은행은 전국에 4백46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조흥은행과의 긴밀한 제휴(지분 투자 포함)는 후발 카드사의 생존전략으로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카드 영업에 은행 점포가 어느 정도 유용하기는 하겠지만 거액을 쏟아부을 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며 "정부가 산업자본에 대한 의결권 규제를 푸는 등 제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한 어떤 논리를 개발하더라도 전업 카드회사들이 은행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조흥은행 민영화와 관련, 이달 중 5억달러 규모(지분 약 15%)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해 정부 지분을 추가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환율 하락(DR 가격 상승)과 국제금융시장 악화 등으로 매각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