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나흘만에 하락했다. 전날까지 강화된 정부의 개입의지로 반등 조정을 이뤘던 환율은 매물 부담에 눌렸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장중 한풀 꺾인 가운데 업체들의 꾸준한 네고물량이 환율 하락을 유도, 수급에 의해 주도됐다. 일부 국책은행이 꾸준히 달러매수에 나서고 재정경제부가 구두개입에 재차 나섰으나 수급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업체의 달러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가 관건이다. 당분간 1,220∼1,230원의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00원 낮은 1,225.5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30.50원이며 저점은 1,225.20원으로 하루변동폭은 5.30원을 기록했다. 개장초부터 중공업 업체 등이 네고물량을 내놓으면서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역외매도세도 이에 가세, 꾸준히 거래범위를 낮추는 모양새를 갖추었으며 정부의 구두개입이나 국책은행이나 공기업을 통한 물량 흡수는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물량 부담 여전 = 수급불균형을 해소할만한 요인이 두드러지지 않아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수요처 확보가 없으면 반등 분위기 조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과연 어느 선에서 물량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 지지력을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인 셈.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반등을 모색했으나 물량 부담을 견뎌내기 어려웠다"며 "중공업 업체를 포함 1∼2억달러의 네고물량이 공급된 것 같고 무역수지가 좋아 달러가 계속 들어와 하락추세에서 업체들이 이를 내놓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등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230원대를 지키면서 물량을 소화해야 하나 단기간에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아래쪽으로도 개입 경계감으로 제한될 여지가 있어 내일은 1,223∼1,228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국책은행 매수세가 있었으나 시중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 차츰차츰 밀렸다"며 "지난주 정부 의지가 강하게 표현됐으나 1,230원대에서 후퇴하면서 업체들이 물량을 내던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1,225원선이 일단 단기적으로 바닥으로 볼 수 있는 레벨인데 당국에서 관리를 어떻게 할 지가 주목된다"며 "내일은 1,225원을 중심으로 당국의지에 따라 위아래 5원 범위를 예상하고 의지확인이 안되면 아래쪽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 무시당한 개입, 달러 강세 진전의 어려움 =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최근 시장의 지나친 환율하락 심리와 이에 편승한 매매동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6월중 외환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으며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 환율 하락을 제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경고차원에서 나온 것 같다"며 "워낙 매수세가 부진하고 공급우위가 뚜렷해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에서 최근 상승세를 연장, 124.69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주로 약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개장초 일본 정부의 거듭된 구두개입으로 124.80엔대로 올랐던 달러/엔은 이후 다소 밀려 오후 4시 52분 현재 124.57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983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76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7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틀째 순매도가 우세한 흐름이었으나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과 같은 1,230.50원에 출발, 개장직후 하락세를 보이며 1,229원선을 한동안 맴돌았다. 이후 달러/엔 하락과 업체 네고물량 등으로 낙폭을 키운 환율은 11시 29분경 1,227.00원까지 흐른 뒤 정부 구두개입에도 별 반응을 않고 1,227원선을 거닐다가 1,227.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227.5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개장 직후 오전중 저점을 경신하며 1,226원선으로 하향, 2시 51분경 1,226.1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한동안 1,226원선을 맴돌다가 매도세 강화로 3시 56분경 이날 저점인 1,225.20원을 기록한 뒤 1,225원선을 배회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5,7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56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3억5,000만달러, 3억7,71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227.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