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 극적인 백헤딩슛을 성공시킨 후 한국 대표선수들이 함께 선보인 독특한 '스케이팅' 골 세리머니야말로 미국에 가해진 통쾌한 한 방이었다는 '찬사'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이 보인 골 세리머니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케이팅하는 모습.안정환이 골을 터뜨리자 선수들은 그를 필두로 수십여명의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코너플랙으로 달려간 뒤 오른발,왼발을 번갈아 들어가면서 천천히 스케이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 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모습은 영락없이 쇼트트랙 선수들이 코너를 돌면서 스케이팅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김동성이 미국의 오노에게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놓은 선수들이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네티즌들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속시원한 골 세리머니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내내 한결같이 우렁찼던 한국 관중의 응원은 '정열' 그 자체였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운집한 3만여명의 '붉은' 응원단은 전반 우리팀의 실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광적인 응원을 전개했다. 경기장의 양측 골대 뒤쪽 스탠드를 꽉 메운 붉은 악마 등 응원단은 간간이 뿌리는 소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일어서 태극기 등을 흔들며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독려했다.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운 3천여명의 응원단도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며 한국선수들의 선전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고,동의대와 부산대 등 각 대학캠퍼스에 모인 응원단도 환호와 탄식을 섞어가며 응원에 몰두했다. 후반 들어 한국팀의 동점골이 터지자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미국과의 경기가 아쉬운 무승부로 끝남에 따라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자축준비가 줄줄이 연기됐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미국전을 승리할 경우 구내식당에서 전 직원이 다과를 마련해 축하잔치를 열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가 비기는 바람에 오는 14일 대 포르투갈전으로 연기했다. 부산은행도 미국전에서 이기면 본점 벽면에 내건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8강 진출을 기원합니다'로 바꿔달려고 했으나 역시 미루고 말았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화가 정수정 화백(47)이 한국대표팀의 '호랑이 사령탑' 히딩크 감독에게 호랑이가 그려진 10폭짜리 병풍을 선물했다. 정 화백은 지난 9일 밤 우리 대표팀 숙소인 대구 파크호텔에 찾아가 눈 내린 숲속에서 어미와 새끼 호랑이 3마리가 포효하는 그림을 히딩크 감독에게 선물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림을 보고 '원더풀'과 '땡규'를 연발하며 통역관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화백은 "신성하고 용감하며 기가 넘치는 호랑이 그림에 이번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멋진 용병술과 슛이 나오도록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정 화백은 1차전에서 골을 넣은 황선홍·유상철 선수에게도 농촌풍경을 담은 그림을 증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