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달려가서 일하고 싶은 회사.'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시에 있는 종합금융회사 시노버스 파이낸셜(Synovus Financial)의 종업원들은 회사를 이렇게 평한다. 웬디 스미스라는 직원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는데 시노버스가 인수키로 했다는 얘기를 접하고는 사뭇 흥분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3년째 근무중인 엘크 브럼보 직원은 "A+ 점수를 주고 싶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시노버스가 이처럼 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티모시 래드니라는 직원은 "회사가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자산보다 1만1천명의 직원들을 더욱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웬디 스미스씨는 "직원들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회사가 시스템과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서 "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향한 관심은 시노버스 사무실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무실 밖 경치를 앉은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자리배치를 한 것이나 직원들을 부를 때 '멤버'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 등은 작은 배려이지만 종업원들에게는 더 없는 행복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시노버스가 베푸는 작은 배려들의 뿌리는 사람중심, 직원중심의 경영철학(It all starts with treating people right)이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동한 것은 지난 1996년부터.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만족'이란 응답이 많았던 데서 자극받았다. 그동안 회사가 급성장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직원들을 소홀히 했다고 반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시스템은 PDE(People Development Exponent) 프로그램. 회사측은 "직원중심의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96년 86억1천만달러이던 자산이 올해는 1백67억달러로 급증했고 직원 수는 7천7백15명에서 1만1천명으로 늘어났으며 계열사는 40개에서 55개사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PDE 프로그램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과 리더십 교육이다.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일 비전과 전략을 인식시키고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인터넷 홈페이지(In·Site)와 각종 사내 발행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항상 유지한다는 것 등이다. 피드백 채널은 '신뢰문화위원회' 'CEO 미팅' '웰컴 블랙퍼스트' '포커스 그룹'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이중 '신뢰문화위원회'란 CEO가 매주 오후 한나절을 할애해 무작위로 선정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와 직원들간의 신뢰수준을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 것. 포커스 그룹에서는 회사가 직원들로부터 나오는 질문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답변을 해주고 있다. 'In.Site'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사업부문, 직원건강 문제 등이 다뤄지고 있다. 사보인 '커넥션'은 회사가치, 직원들의 일과 삶, 기업문화 등을 발굴해 전파시키고 있으며 이밖에 e메일, 보이스 메일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뚫어놓고 있다. 시노버스는 한마디로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의사소통(Overcommunicate)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CEO는 '직원들이 의사소통을 통해 만족을 느껴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이익도 늘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강력히 밀고 나간다. PDE 프로그램의 리더십 교육은 서번트 리더십 확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리더가 사업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극하라는 교육이다. 리더십 교육단계는 리더, 관리자급 리더, 임원급 리더로 구분해 교육하고 있다. 각 단계의 리더십 교육과정에서 리더로서의 자기진단은 필수적인 절차다. 자신의 성격, 심리, '나는 누구인가' 등을 평가하게 된다. 리더로서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사업전략은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등은 그 다음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수순이다. 시노버스는 우수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탤런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우수 인재들에게 항상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직속상사와 함께 '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을 되짚어 보게 해 갈등요소를 해소시켜 나간다. 이같은 직원 중심의 기업문화에 대해 직원들이 대만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력교육센터 곳곳에는 '회사와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전부다' 등 자부심을 높여 주는 슬로건들로 충만하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1년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체크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있을 정도다. 장기 근속직원들에 대해선 5년 근속, 10년 근속 등 5년 단위로 끊어 격려하고 있다. 선물은 기본이고 CEO와 식사할 수 있는 특전을 마련해 준다. '팀 어프리시에이션 데이즈(Team appreciation Days)'라는 특정한 날을 정해 놓고 회사가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기회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직원들의 지역봉사 활동도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지역과 탄탄한 신뢰관계를 쌓으면 후에 사업적인 성과로 되돌아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을 단순한 고용자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가족으로 대접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는게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시노버스 파이낸셜. 설립 후 지난 1백14년 동안 한번도 대규모 해고(Layoff)를 단행한 적이 없다는 이 회사야말로 신뢰경영의 전형인 셈이다. 콜럼버스(조지아주)=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