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상승국면을 달렸던 도쿄증시의 주가가 5월 하순부터 뚜렷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7일 1만1천4백38엔으로 마감됐다.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2월 초의 9천4백엔대보다 2천엔 웃돌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최근의 약세는 일본경제에 대한 일부 청신호에도 불구,주가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악재로 경기 및 기업실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다시 대두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연율로 환산해 5.7%에 달했으나 투자자들은 7~8% 이상을 기대했었다고 HSBC증권 소오카 고지는 말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다 수출 회복 등 대형 호재가 잇따르자 경기 급반등을 낙관했었지만 실적이 예상을 따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텔 등 미국 하이테크 대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타나면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 메이커들의 영업전망을 어둡게 만든 것도 주가 압박요인으로 지적됐다. 2001년 결산에서 2조엔대의 적자를 낸 전자·전기 업종은 'V'자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경기가 악화될수록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조세 감면,불량채권 처리 등 개혁정책의 스피드가 둔화된 것도 증시 불안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태도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지난 5월27~31일의 경우 4백25억엔에 그쳐 전주 대비 10분의 l 수준까지 급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개혁,디플레 처방 등과 관련한 일본정부의 정책 집행방향과 의지에 강한 의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증권 무샤 료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의 불량채권 등 구조적 환부가 해결되지 않는 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당분간 상당히 낮다"고 진단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