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재테크에서도 '우먼 파워'의 열풍이 거세다. '부자 엄마' 없이는 '부자 가정'을 꿈꿀 수 없다. 남편이 아무리 부지런히 돈을 벌어와도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아내가 엉뚱하게 돈을 굴리거나 씀씀이가 헤프다면 가정의 부(富)는 결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제일기획이 수도권 7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재테크를 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조사 가구의 57%가 '주부'라고 답했다. 남편 혼자 재테크에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부자 엄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재테크에서 주부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은행권도 주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 강당에 주부 고객을 초청해 가요교실이나 컴퓨터 강좌, 금융상품 강좌 등을 여는 것은 기본이다. 주부만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따로 선보이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선 곳도 있다. '부자 엄마 되기'의 첫 걸음은 세금과 비용을 줄이고 실질적인 이자를 보다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 금융상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나이와 소득, 주택소유 여부 등에 따라 가입자격이 주어지는 절세형 상품을 잘 활용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본인뿐 아니라 부모님과 남편, 자녀들 명의로 분산해 가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어떤 상품에 어떤 종류의 세금혜택이 있는지 각 상품별로 특징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일반 금융상품에 붙는 세금(이자의 16.5%, 주민세 포함)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생계형 상품은 우선적으로 가입을 고려해야 할 상품이다. 만 65세 이상에 해당하므로 시부모님 명의로 가입하면 된다. 세율이 10.5%로 낮은 세금우대 상품도 있다. 무주택이거나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1주택 소유자는 세금이 전혀 없는 장기주택마련저축에도 가입할 수 있다. 장학적금 등 어린이 전용 저축상품은 따로 절세혜택은 없지만 가입자가 미성년자이므로 1천5백만원까지 세금우대(세율 10.5%)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결혼 전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면 '부자 엄마'에 좀 더 일찍 다가설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여성의 재테크는 그래서 남보다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젊은 여성의 경우 주변에서 재테크 정보를 많이 접하더라도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에 무심코 흘려버릴 때가 많다. 이유는 종잣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투자 정보도 수중에 돈이 없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월 소득의 절반 정도는 반드시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일반적인 저축률은 소득의 30% 정도지만 젊은 직장인이라면 미래를 대비해 최소한 절반 이상은 저축해야 한다. 근로자우대저축 연금신탁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세금혜택이 있는 상품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근로자우대저축은 적립식 상품 가운데 이율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직장 초년생이 목돈 마련하는데 가장 유리한 상품이다. 연간 급여 3천만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플러스 알파 금리를 주는 틈새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요령이다. 금융사마다 기본 이자 외에 추가수익을 노리는 틈새상품들을 내놓고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정기예금에 비해 연 2~3% 정도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투자신탁이다.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이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수익률도 정기예금보다 연 0.5%포인트(1년제 기준) 이상 높아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 가입한 확정금리 상품이 있다면 추가 가입할 경우 새 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가입한 근로자우대저축이나 신탁, 비과세가계저축이나 신탁을 5년제로 연장하고 고금리 시절에 가입해 둔 주택청약부금에 최대한 불입하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밖에 창구 거래때보다 더 높은 추가금리를 주는 인터넷 전용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재테크 요령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