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할 수 없다.' 8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한·일 월드컵 B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1차전에서 강호 스페인에 일격을 당한 슬로베니아로서는 이 경기마저 내준다면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또 파라과이에 천신만고 끝에 2-2로 비긴 남아공은 기세를 몰아 1승을 거둘 경우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B조 최강 스페인과 힘든 싸움을 해야 할 처지다. 객관적인 전력은 FIFA 랭킹 25위인 슬로베니아가 37위의 남아공에 앞설 것으로 보이나 1차전에서 스페인에 당한 충격에 내분까지 겹쳐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간판인 즐라트코 자호비치가 스페인전 이후 슈레치코 카타네츠 감독과 크게 다툰 뒤 팀에서 제외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러나 건국 이후 최초로 밟은 월드컵 무대에서 비참하게 물러날 수 없는 만큼 전력을 추슬러 남아공을 '1승 제물'로 만든 뒤 재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슬로베니아의 내분을 포착한 남아공은 반드시 1승을 거두겠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1차전에서 강호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결장하는 행운을 잡았던 남아공은 슬로베니아의 집안 싸움을 '1승'을 가져다 줄 기회로 여기고 있다.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겸비한 신세대 킬러인 베네딕트 매카시를 중심으로 파라과이전에서 1골을 넣은 퀸턴 포천과 시부시소 주마의 전진 플레이로 슬로베니아를 압박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