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예선 D조 폴란드전에서 두번째 골을 터뜨린 유상철(31). 한국축구의 극적인 순간마다 유상철은 항상 존재했다. 1997년 2002 한·일 월드컵축구 공동유치기념을 위한 일본전에서 선취골,98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 동점골,작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역전골,지난해 말 미국과의 서귀포 평가전 결승골 등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수훈을 세웠다. 유상철이 폴란드전에서 기록한 추가골은 거의 동물적인 감각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후반 8분 폴란드 진영 왼쪽 미드필드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남일이 앞쪽 안정환에게 재빨리 패스했으나 상대 수비수 하이토의 발에 걸렸다. 유상철은 이 공을 잡아 수비수 봉크의 태클을 살짝 피하면서 각도를 만든 뒤 오른발 강슛을 터뜨렸다. 유상철은 거친 플레이를 펼치기도 하지만 경기 내내 지칠 줄 모르는 투지가 넘쳐 흐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번 월드컵축구에서 체격조건이 좋은 유럽 및 미국선수들과 맞서기 위해선 '유상철 같은 투지'가 필요하다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상철은 중앙수비부터 미드필더,공격수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만일 왼쪽 윙백을 전문으로 맡았다면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재능이 워낙 뛰어난 게 오히려 성장에 방해를 받았다는 뜻이다.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은 유상철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김남일과 함께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낙점받았고 기회가 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이날 터진 골 역시 기회만 나면 최전방까지 치고 올라가 위협적인 슛을 날리거나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 기회 포착을 잘 하는 유상철의 특기에서 나왔다. 유상철의 별명은 '유비'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편이지만 상대의 세심한 곳까지 배려해 주며 한번 사귀면 의리에 살고 죽는다. 1백84㎝,78㎏이며 A매치 94경기에서 16득점을 한 유상철은 일본 가시와 레이솔 소속이다.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유럽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