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hooligan)'은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럽,특히 영국 훌리건들이 악명 높다. 실제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엔 영국 훌리건들이 큰 소란을 일으켜 영국과 프랑스가 외교마찰을 일으킬 정도였다. EBS는 훌리건의 역사와 훌리건의 심리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을 집중조명한 3부작 다큐멘터리 '훌리건'을 방송하고 있다. 1편을 4일 내보낸 데 이어 오는 11일과 18일 오후 7시50분에 2편과 3편을 각각 방송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국 BBC가 제작해 지난 5월 방송한 작품이다. 훌리건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을 연고로 삼는 구단을 지지하고 경기 때마다 따라다니며 열광적인 응원을 일삼는 일종의 극성 팬들이다. 일반 팬들과는 달리 훌리건들은 나름대로의 행동양식을 갖추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영국 훌리건의 경우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축구장 주변의 선술집에 모여 술을 마시며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린다. 경기가 끝나면 용솟음치는 기운을 발산할 길이 없어 축구장 안과 거리에서 상대방 응원팀과 충돌을 일삼는다. 다행히 훌리건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자신들과 같은 무리인 상대팀 훌리건들과 대결을 벌일 뿐이다. 훌리건들은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영국 훌리건들은 변호사에서부터 막노동꾼에 이르기까지 다양다. 연령층은 30,40대가 주를 이루지만 10대도 많이 눈에 띈다. 훌리건은 자신들을 과시하기 위해 자기팀 유니폼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정장을 선호한다. 경찰의 단속에는 싸움을 벌이게 될 상대방 훌리건과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락하며 협조한다. 경찰을 따돌리려는 훌리건들의 움직임은 이미 군사적 전술을 방불케 한다. 이 다큐멘터리 '2편'(11일)에선 훌리건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내부 규율 및 문화,참여 동기 등을 알아본다. '3편'(18일)에선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훌리건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통해 훌리건이 인종차별의 색채를 띤 극우 세력에 의해 조종되거나 그런 경향으로 바뀌어 가는 현상을 살펴본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