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다. 기록이 무의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일본 테시마 미술관에 다녀왔다. '거기 아무것도 없어요.' 누가 그랬는데 그래, 그리 생각할 수 있겠다. 이곳엔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통상 지녀야 하는 당연한 것들이 없다. 네모반듯한 화이트 큐브라던가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라던가 줄지어 걸린 작품들. 그런 게 없다. 그런데 놀랍다. 미술관 자체로 완전하다고 느낀다. 충분하다고 여긴다. 분명 인위일 텐데 온전히 자연이라 느낀다.테시마 미술관은 자연의 범주 안에 존재한다. 버려진 섬을 '예술 섬'으로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하나로, 테시마 섬 꼭대기에 있다. 배 타고 버스 타고,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바닷길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겨우 한 사람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바닷바람에 귀를 씻으며 오솔길을 지나면 땅에 납작 엎드린 미술관이 나타난다. 신발을 벗고 사진 금지, 조용히 해야 한다는 공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리 경건한가.'압도됐다.'라고 말하긴 싫다. '감동이다.'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드넓은 공간에 하늘과 바람과 물과 나. 세상의 본질만 남아 마주한 것 같다. 여기서 더 무엇이 필요한가 깨우치게 된다. 고요히 모든 걸 포용하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다. 예술이 주는 가장 맑고 좋은 것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곳은 악인이 올 수 없을 것만 같다. 영 맑은 이들만 함께 하는 것 같다.하늘로 열린 거대한 둥근 문, 숲으로 뚫린 맑고 푸른 문, 그곳에서 춤추는 바람, 발을 만지는 다정한 햇살 그리고 바닥의 홈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물방울들. 혼자였다가 함께 뭉치고 그러다 다시 작은 물길
19세기 가난한 노동자와 빈민들의 거주 지역이었던 파리 북동쪽에 위치한 몽마르트르(Montmartre), 벨빌(Belleville), 메닐몽땅(Ménilmontant) 에 살던 아이들을 티티 파리지엥 (Titi Parisien)이라고 불렀다.티티 파리지엥들은 프렌치 베레모를 쓰고 아버지와 형에게 물려받은 크고 해진 바지를 멜빵으로 잡아맨 수완이 좋고 골목길 구석구석을 자기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잘 알고 있는 파리에서 태어난 장난꾸러기 아이들이다.19세기 산업혁명으로 농업과 수공업이 지배적이었던 사회는 상업과 산업사회로 역사적인 전환 시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파리 외곽과 근교에 설립되는 수많은 공장에는 무일푼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하게 되었다. 그들은 학교를 가기도 하고, 가족을 돕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주저하지 않고 훔치기도 하며, 농담과 장난을 일삼았다. 이후 20세기 초에 들어 파리의 특유 속어를 사용하는 노동자 계급의 성인들을 티티 파리지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첫 번째 티티 파리지엥 '가브로슈'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대표적인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장 발장(Jean Valjean)은 가난 때문에 빵을 훔쳐 19년의 징역을 받고 출감 후 수도원에서 은식기를 훔쳤다가 수녀님들의 용서에 감동하여 선을 행하고 불쌍한 코제트를 구하며 평생을 희생한다.레 미제라블에서 코제트를 노예처럼 부려 먹고 양육비를 받아 가로챈 테나르디에 부부의 큰아들 가브로슈(Gavroche)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려 고아처럼 생활하지만, 관대하고 수완이 좋은 첫 번째 티티 파리지엥이다.가브로슈는 겉으로는 자유분방하며
스테디셀러의 표본, 초판 1쇄 이후 29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책작가 조세희(趙世熙, 1942~2022)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인 연작소설 전체를 가리키는 말인 동시에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 편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특히, 단행본은 1975년부터 1978년 사이에 발표된 12편의 연작 중, 단편을 담고 있다. 12편의 연작 제목을 게재된 순서대로 작품 최초 발표 지면 및 시기와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뫼비우스의 띠 / 《세대》, 1976.02.● 칼날 / 《문학사상》, 1975.12.● 宇宙旅行(우주여행) / 《뿌리깊은 나무》, 1976.0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문학과 지성》, 1976. 겨울● 陸橋(육교) 위에서 / 《세대》, 1977.02.● 軌道回轉(궤도회전) / 《한국문학》, 1977.06.● 機械都市(기계도시) / 《대학신문》, 1977.06.20.● 은강 勞動家族(노동가족)의 生計費(생계비) / 《문학사상》, 1977.10.● 잘못은 神(신)에게도 있다 / 《문예중앙》, 1977. 겨울● 클라인氏(씨)의 甁(병) / 《문학과 지성》, 1978. 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창작과 비평》, 1978. 여름● 에필로그 / 《문학사상》, 1978.03.이 책에 실려 있는 각각의 작품들은 독립된 작품으로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두 함께 어울려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이루고 있다. 산동네 철거민촌에 살면서 채권 장사, 수도 파이프 수리 등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난장이1)’ 아버지를 포함하여, 어머니와 두 아들 ‘영수’와 ‘영호’, 그리고 막내딸인 ‘영희’ 등 다섯 명의 가족 이야기가 핵심을 이룬다.그중에서도 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