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의 총체극 '우루왕'이 26일 오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극장내 셰로버극장에서 전객석이 매진된 가운데 이스라엘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국립극장이 산하단체인 국립극단.무용단.창극단.국악관현악단의 역량을 총집결해 제작, 지난 2000년 초연한 '우루왕'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과 전통설화 '바리데기'를 접목시킨 작품.


김명곤 국립극장장이 대본 및 총감독을 맡고 안숙선 창극단 예술감독이 작창, 배정혜 무용단장이 안무를 담당했다. 왕에게 버림받은 바리공주가 훗날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미치광이가 된 왕을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특히 연극적 뼈대에 국악과 양악, 전통무용, 타악, 풍물, 판소리 등 다양한 전통연희 양식을 결합해 한국적 총체극을 지향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이스라엘 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은 작품 주제가 올해 축제의 테마인 '인권'에 부합됐기 때문. 예루살렘 포스트는 '새 천년을 향한 공존과 조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이 작품을 소개했으며 현지 방송도 동양에서 온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원로 연극배우 장민호씨와 우루왕 역을 맡은 창극단의 왕기석씨를 비롯, 50여명의 공연단이 호연을 펼쳤으며 9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공연이 끝난 뒤 열띤 박수로 호응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예루살렘 시장과 유명환 주이스라엘 한국대사 등도 관람했다.


이 페스티벌의 오피라 헤니그 예술감독은 "일단 몇 달 전 비디오로 작품을 접했을 때 감동과 흥분을 느꼈으며 그간 서양 위주였던 이스라엘에도 동양의 문화, 새로운 생각과 문화를 소개해보자는 차원에서 초청했다"고 말했다.


또 루스 커밍스 소렌슨 조직위원장은 "전통적 이야기를 손상시키지 않은 채 서양의 연극적 테크닉과 결합시키는 능력에 놀랐다"며 "특히 자기를 버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바리공주가 절규하는 장면과 구약성서 속 야곱과 에서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을지와 솔지 장군의 대결구도, 그리고 평화에의 희망을 담은 피날레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탄 빌나이 과학문화체육부장관도 올해 불안정한 이스라엘의 상황을 이유로 몇몇 초청작이 참가를 취소한 상황에서 기꺼이 초청에 응해준 한국 공연단에 감사의뜻을 표했다.


공연 후에는 빌나이 과학문화체육부장관과 올메르트 예루살렘 시장, 유 대사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과 이스라엘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도 마련됐다.


40년 전통의 이스라엘 페스티벌은 연극, 무용, 음악 등 공연예술을 아우르는 축제로 그간 러시아 마린스키(키로프)발레단, 연극연출가 로버트 윌슨,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등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과학문화체육부와 외무부, 예루살렘 자치구, 예루살렘 교류재단 등이 후원하며 올해는 14개국에서 40여편의 작품이 참가, 다음달 13일까지 행사가 계속된다.


우루왕에 왕기석, 바리공주에 박애리, 고흘승지에 장민호, 솔지장군에 최원석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27일 다시 한번 이스라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날 공연 입장권 역시 이미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루왕'은 지난 3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이베로 아메리카 연극축제에도 개막공연으로 초청받아 성황리에 공연됐으며 다음달에는 일본 오사카(大阪) 국제교류센터에서 월드컵 기념 초청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예루살렘=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