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는 과연 운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직은 텔레매틱스의 유용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모르는 길이야 물어서 찾아가면 그만이고 교통방송에 귀를 기울이면 막히는 길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차 안에서 인터넷...글쎄?'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작년 11월부터 드림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경우 지금까지 텔레매틱스 장착차량의 판매대수는 2백8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텔레매틱스 가격이 대당 60만원대로 낮아지고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수도권 교통지도는 자고 나면 달라질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차량에 장착되는 에어컨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면 이른바 젊은 '네티즌'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matics)의 합성어인 텔레매틱스(Telematics)는 이동통신 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한꺼번에 자동차에 접목, 운전경로 안내나 각종 인터넷 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종합서비스를 일컫는다. 그동안 텔레매틱스는 그저 고급 선택사양품 정도로 인식돼 온게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완성차업계가 서비스 개발에 본격 나서고 대기업과 벤처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느덧 필수 자동차용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현재 1천억원 남짓인 시장규모는 오는 2005년께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보험 정비 등 기존 자동차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차량 출고후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반면 텔레매틱스는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관련업체들은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다. 완성차업계에선 대우자동차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도 내년부터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선두인 현대가 서비스 개시를 늦추고 있는 이유는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중에선 SK가 시장을 재빨리 선점한 상태다. 작년부터 '엔트랙(Entrac)' 서비스를 실시해온 SK(주)는 지난 3월부터 SK텔레콤과 제휴해 전국 1천여개 011대리점에서 텔레매틱스가 가능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다. 음성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가격은 60만~2백50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단말기 크기가 작고 당장은 011핸드폰만 이용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통신회사인 SK텔레콤도 지난달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서비스인 '네이트 드라이브'를 출시, 엔트랙을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유선 홈페이지에서 목적지나 교통정보 요청지점을 등록하면 단말기를 통해 빠른 길 안내 주유소나 음식점 안내 긴급 구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월 2만원의 정액 요금과 패킷 방식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된다. 벤처업계에선 이동통신기기 전문업체인 파인디지털이 오는 7월 신제품 '탱고'를 앞세워 도전장을 던진다. 기존 내비게이션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중소업체들과 달리 빠른 길을 찾아주는 소통정보 안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격은 최저 60만원에서 최고 90만원까지 책정할 예정이다. 엔트랙과 달리 모든 무선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사고정보 무인카메라정보 등 최신 위치정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구입후 설치시간도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자동차 기기 전문업체인 네스테크도 최근 자동차용 멀티미디어 단말기 '카맨아이'를 출시, 텔레매틱스의 유용성을 배가시켰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인터넷 예약과 각종 생활정보 검색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TV DVD MP3 CD 정취와 함께 동반 탑승자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갖췄다. 설치비와 부가세를 제외하고 일괄적으로 1백90만원 수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이에이치닷컴은 지난 2월 자동차시험장비 전문업체인 테크메이트와 오토PC 양산계약을 맺고 올 하반기중 애프터마켓을 겨냥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인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단말기로 자사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