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쌍방울 사옥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지난 1998년 부도가 난 이후 4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라는 멍에 속에서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건실한 회사이지만 과중한 부채 때문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 왔던 직원들은 무거운 짐을 벗어낸 듯 홀가분한 모습이다. ㈜쌍방울은 지난 1·4분기에 매출 6백24억원,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해 다른 의류업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과를 올렸다. 이 회사의 이용길 사원은 "그동안 회사의 장래를 확신하지 못해 절반에 가까운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다"며 "주인은 바뀌었지만 남은 직원들은 쌍방울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에 차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때 1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매출 1조원을 바라보던 쌍방울그룹이 몰락한 것은 1997년 무주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단초가 됐다. 쌍방울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지난 90년 12월 무주리조트를 개장했다. 이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투자 규모도 크지 않았고 전 계열사가 흑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한국 개최가 확정된 93년부터 대규모 시설투자를 벌이면서 자금난이 시작됐다. 당시 쌍방울이 무주리조트와 관련해 투자한 돈은 약 6천5백억원.이중 유니버시아드대회 관련 투자비가 절반이 넘는 3천8백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2천8백70억원을 빌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쌍방울은 당시 자금난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국가행사인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투자비를 모두 민간기업이 떠안았다는 것이다. 당시 대회와 관련해 정부 지원금은 1백50억원에 그쳤다. 쌍방울은 부도 후 마이클 잭슨 등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외자유치를 추진했지만 IMF외환위기로 한국투자 기피현상이 일면서 이마저 무산됐다. 현재 쌍방울그룹은 무주리조트를 운영하는 쌍방울개발과 ㈜쌍방울을 남기고는 모두 매각됐거나 정리됐다. 쌍방울개발은 지난해 11월 미국계 투자자인 볼스브리지 컨소시엄에 1천6백69억원에 팔렸으나 볼스브리지측이 대금 납입을 2차례나 연장해 아직 매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한편 쌍방울그룹의 해체과정에서 쌍방울 창업주와 경영진들은 유아용품 업체인 새난에 둥지를 틀었다. 쌍방울상사의 한 사업부서로 출발한 새난은 현재 매출 4백억원대의 중견업체로 자리잡았다. 쌍방울의 창업주인 이봉녕 전 회장(78)의 3남인 이의석씨가 이 회사의 지분 99.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은 2000년 8월 새난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상태다. 회사 경영은 이의석 부회장과 ㈜쌍방울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최연식 사장이 맡고 있다. 맏형인 이의철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한때 개인사업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외곽에서 새난의 경영을 돕고 있다. 둘째인 이의종 전 석탑건설 부회장 역시 가끔 새난에 들러 자문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