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GM은 최근 군산공장에서 개발중인 J-200의 중국공장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순수 국내산 플랫폼이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처음 제공되는 것이다. 플랫폼 공유계획을 통해 나타난 GM의 대우차 경영전략은 차종별로는 중소형차,지역별로는 신흥개발도상국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GM은 일단 내수시장에 치중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연간 생산목표 1백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반 이상을 CKD(반제품 조립생산)나 플랫폼 수출방식으로 해외에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경우 GM은 중국 중남미 시장에선 대우차,아시아 지역에선 스즈키,유럽지역에선 오펠과 제휴사인 피아트를 연결함으로써 중소형차 부문에서 글로벌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GM 관계자는 "중복 투자를 피하면서 자회사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유럽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마티즈 칼로스를 중남미 지역에 투입하는 것도 현지 오펠이나 피아트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GM은 플랫폼 교환을 통해 막대한 개발비를 절감함으로써 GM-대우 정상화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배기량 3천㏄ 안팎의 중대형 세단으로 개발중인 P-100은 아직 처리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GM은 본사의 대형차 플랫폼을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P-100과 상충되는데다 P-100 플랫폼을 해외에 갖고 나갈 곳도 마땅치않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대우차 기존 라인들이 GM의 글로벌 플랫폼에 속속 편입되면서 내수 시장은 GM-다임러-르노의 글로벌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는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배기량 1천8백∼2천4백㏄급 중형차 엔진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키로 합의한데 이어 벤츠와 소형승용차 전륜구동 기술부문에 대한 제휴도 논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현대차는 벤츠 경소형 브랜드인 스마트 등에 전륜구동 기술을 주고 로열티나 후륜구동 기술을 그 대가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오는 9월 닛산의 블루버드 실피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소형차인 SM3를 내놓을 예정이다. 카를로스 곤 사장체제로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닛산은 탁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앞으로도 르노삼성의 R&D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지역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대우의 매그너스 등은 미국지역에서 시보레 브랜드로 직판될 예정이고 현대차는 200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미국공장을 통해 뉴EF쏘나타와 뉴그랜저XG 후속모델을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지역에선 대우가 J-200을 중국에 투입하는 동안 현대는 아반떼 뉴EF쏘나타 등 승용 전차종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