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나 최경주 박세리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서는 3∼4일전부터 미국시간에 맞춰 시차적응 훈련에 들어가죠." 골프중계하면 곧잘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유협 SBS아나운서다. 1991년부터 골프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해온 그는 새벽중계가 많다. "늦어도 방송시작 2시간전에는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 1∼2시에 출근하죠.한번에 5∼6시간을 중계하다보면 몹시 졸리운데 그럴 땐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잠을 쫓곤 합니다." 유협씨가 골프에 입문하게 된 동기도 골프대회 때문이었다. 지난 86년 미국 출장을 갔다가 세계 최대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 TV중계를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귀국후 골프에 입문했지만 1백타를 깨는데 2년이 걸렸다. "초보때 거리에 너무 집착했어요.그러다보니 OB가 많아 1백타를 깨지 못했지요.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렸더니 1년만에 '싱글 스코어'가 나오더군요." 현재 핸디캡은 7(그로스 79타 수준)이며 베스트스코어는 김포와 남성대CC에서 기록한 2언더파 70타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2백50야드 정도. 골프중계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물었더니 "골프중계는 '침묵'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이 '침묵'을 언제 사용하느냐가 가장 어렵죠"라고 답했다. 그는 "골프중계는 시청자가 직접 라운드를 하는 듯한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묘미입니다.'침묵'은 시청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시간이죠"라고 덧붙였다. 유협씨는 지난 98년 박세리가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중계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는 아나운서가 자제력을 잃었다는 말도 나왔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인간적이었다'며 격려를 해왔다고. 오랫동안 지켜봐온 최경주가 미국 PGA투어에서 우승할 때도 벅찬 가슴을 가누지 못했다고 한다. "최경주와 타이거 우즈가 한 조로 편성돼 맞대결하는 장면을 중계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거 같아요."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