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空洞化 논쟁, 과거와 현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기업 세 곳중 2개사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을 대상지로 생각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로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 정도는 해외이전 추세가 앞으로 4∼5년 이내에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전 LG경제연구원은 선진국의 경험으로 미뤄 구매력평가 환율기준 1인당 GDP가 2만달러 정도에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된다고 보면 우리의 경우 그 시점이 2007년께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접근방법이 서로 달라도 대한상의의 조사결과가 이와 일치하는 것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어 나온 한국과 중국간 기업 요소비용을 비교한 전경련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금융·세제·노동비용은 물론 공단분양가 등 입지,매출액 대비 물류비용,공장설립과 관련한 각종 허가서류 등 제반 측면에서 중국보다 크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제조업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여기에 기존 산업기술분야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고,신기술에서는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산자부의 국내 산업기술 수준조사 결과는 아예 위기감까지 들게 만든다.
심지어 우리가 조금 앞섰다는 신기술도 중국에 추격을 받고 있다니 더욱 그러하다.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脫산업화(Deindustrialization)논쟁'을 상기해 보면 알 일이다.
2차 산업 비중이 줄고 3차 서비스산업이 늘어나는 탈산업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경제의 서비스화' '경제의 소프트화' '산업공동화'라고도 불렸다.
벨(D Bell)은 8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이런 시대에 들어섰다고 했다.
그 이후 선진국내 서로 엇갈린 경제적 명암은 '공동화 속도론'으로 이어졌다.
영국과 미국은 공동화 시작이 빨랐고 그 정도도 심하게 진행됐지만 독일과 일본은 느리고 완만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두가지 탈산업화 유형이다.
당시 영국과 미국이 겪은 경제적 어려움은 일본과 독일유형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경제적 성과는 또 하나의 교훈을 말해준다.
공동화의 속도조절 측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가 지난 10년간 일본의 장기불황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또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이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IT혁명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측면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관건은 조정기간내에 뭘 하느냐에 있다.
산업공동화 속도조절이 경제적 충격을 완화한다고 해서 이것이 마약처럼 작용하면 더 큰 일이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를 창출해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이 우리경제에는 너무나 중요하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