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일본인 객원교수 마쓰모토씨(가명).지난 93년부터 H대 S대 W대 등 3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지난 2000년부터 K대 일문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전공은 한·일 비교문학.하지만 K대를 비롯 10여년간 한국 대학강단에서 그가 가르친 것은 '일본어회화' '일본어작문' 등 어학 강좌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17일 외국인 교수를 뽑으려는 13개 국립대에 외국인 교수 채용 인건비 명목으로 총 16억1천8백5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2학기 이들 대학이 채용하게 될 교수는 모두 1백3명.교육부는 해당 대학과 인건비를 절반씩 공동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교수 1인당 최저 3천6백만원에서 최고 1억3천5백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외국 대학과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공동 학위과정을 개설하는 등 대학가에 '국제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제 정부까지 외국인 교수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이같은 정책에 대해 정작 외국인 교수들의 반응은 "글쎄요"다. 단순히 '원어민 학원강사' 취급을 하며 학문연구에서는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는 데 아무리 외국인 교수를 불러온들 국제화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보수적·폐쇄적인 대학=지난 94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안선재(안토니 수사)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학과장은 "서울대는 서울대 출신,연세대는 연세대 출신만 교수로 뽑는 한국 대학의 풍토 속에서 외국인들이 어떻게 살아 남겠느냐"며 "대학의 '순혈주의'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쓰모토씨도 "외국인 교수를 '동료'로 보지 않는 한 정부나 대학에서 내세우는 외국인 교수 유치 계획은 과시적인 '수치놀음'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형편없는 교육 인프라도 문제=안선재 학과장은 교육부의 연봉 지원 계획과 관련,"교육부가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보고 내놓은 정책인지 의심스럽다"며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사고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학자를 대학으로 끌어 오려면 우선 그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안 학과장은 "도서관 장서 보유 현황이나 시설 기자재 측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데 누가 한국에 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고도 6년째 시간강사를 하는 박기원씨는 "토종 고학력 인력이 무더기로 남아도는데 연봉 1억원씩이나 주고 외국인 교수를 데려와야하는지 의문"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수준 미달 외국인 들어올 우려도=남준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대학 경제학과의 경우 박사과정을 막 끝낸 외국인 교수를 채용할 때 제시하는 연봉이 10만∼13만달러는 기본이고 주택이나 보험은 물론 아이들 학교문제까지 해결해 준다"며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이런 부분까지 지원하지 못하면 자칫 함량 미달 외국인들이 교수로 채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크 딜런시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는 "외국인 교수를 뽑을 때는 채용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국제적 명성을 얻기 위해서인지,아니면 단순히 외국어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인지 등을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