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판매기 등을 할부로 샀다가 판매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판기 노래방기기 등을 파는 업자들이 기기를 할부로 구입하면 할부금융사나 카드사에 결제할 할부금과 일정 수익금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속인 뒤 2∼3개월만 지급하고 잠적해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소비자들은 판매업자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카드사에 남아 있는 할부금 지급을 거절하는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금감원은 할부거래 법률상 영리 추구를 위한 상행위 목적으로 할부계약을 맺을 때에는 항변권이 소비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김모씨는 다단계 판매업자로부터 커피자판기를 3백60만원에 할부로 사면 할부금융사에 매월 내야 하는 할부금과 월 수익금 1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판기는 판매업자가 운영하는 조건으로 할부계약을 맺었다. 이후 판매업자가 3개월 동안만 할부금과 수익금을 지급한 뒤 잠적하자 김씨는 카드사에 항변권을 행사했지만 할부거래가 상행위 목적이라는 이유로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아 남은 할부금을 모두 부담해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행위를 목적으로 할부거래를 하는 경우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판매업자의 사기 또는 채무 불이행 등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신중히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