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40년래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1천원어치를 팔아 고작 4원 남겼다. 그나마 법인세 등을 떼고 나면 사실상 한푼도 못 남겨 헛장사를 한 꼴이다. 수출 부진에다 반도체값 하락 등 정보통신산업의 침체로 만든 물건을 파는 것도, 제값을 받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출액 증가율은 외환위기를 겪은 지난 98년을 제외하면 역시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체 10곳중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다만 부채비율은 3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이 빚을 갚아 부채비율이 낮아진게 아니라 증자로 자본금을 늘리거나 출자전환 등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어서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 수출.정보통신 부진 =세계 경기동반 침체로 인한 수출기업과 정보통신제조업의 부진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인 주요인이다. 정보통신 제조업의 매출액은 2000년 24.6%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7.9% 감소세로 전환됐다. 수출기업의 매출 역시 전년보다 4.0% 줄어들었다. 제조업체의 평균 매출액이 증가(1.7%)한데 비하면 훨씬 부진한 모습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수출기업과 정보통신 제조업체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수출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3.5%로 내수기업(2.5%)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정보통신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도 -3.3%로 다른 업종의 제조업체(1.3%)와 상반된 기록이다. ◆ 차입금 비율 여전히 높아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백82.2%로 지난 67년(1백51.2%) 이후 3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도 39.8%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은 빚을 상환해서가 아니라 주식발행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출자전환 및 채무면제에 의한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이 39.8%로 미국(27.4%) 일본(29.7%)보다 여전히 훨씬 높은 점도 문제다. ◆ 이자감당 못하는 기업 늘어 =이자보상비율이 1백%를 넘지 못하는 제조업체의 비중은 28.3%로 전년보다 2.3%포인트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못갚는 제조업체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전년보다 상승한 업체 비중(51.5%)이 하락한 업체 비중(44.9%)을 넘어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 비제조업은 비교적 선방 =지난해 내수경기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건설 도.소매업 등 내수업종들은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모두 개선됐다. 건설업은 정부의 경기부양에 따른 건설경기 호전에 힘입어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전년(3.0%)보다 상승한 4.3%를 기록했다. 도.소매업도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0.8%포인트 오른 2.6%로 제조업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통신업은 판매비용 감소로, 전기.가스업은 전력요금 인상으로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광업 운송업 등은 경상적자를 지속했다. 특히 광업은 지난 89년 이래 12년째 경상적자에 허덕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