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추가 하락의 선을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지난주 가까스로 방어했던 1,280원에서 얼마까지 내려설 수 있느냐가 시장의 관심사다. 바닥확인 과정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번주(5.13∼5.17) 환율은 올해 신 저점을 찾는 행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시적인 중간 조정과정을 거치겠지만 '대세'를 바꿀만한 '장애물'은 거의 없다고 시장은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하향 위험에 대한 경계감도 늦출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 약세 흐름과 수급상 공급우위의 장세는 환율 하락에 힘을 싣는 강력한 요인이다. 반등시마다 매도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견해다. 반면 매도심리를 잠재울만한 요인은 뒤쳐져있다.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역송금수요의 유입이 미미하며 정부나 한국은행의 개입 여부는 하락 속도에 달려있다. 개입이 있어도 '속도조절용'에 그칠 뿐 대세를 꺾는 무모함은 없을 것이란 지적. ◆ 저점 찾기 지속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68.83원, 고점은 1,287.22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76.60원, 고점인 1,285.40원에서 위아래로 하향 진단,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줬다. 아래쪽으로 1,270원이 지지될 것이란 견해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5명의 딜러가 1,262∼1,265원, 2명의 딜러는 1,267∼1,268원 등 1,260원대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나머지 3명은 1,275원에서 하락이 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10명의 딜러가 1,285∼1,288원까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7명의 딜러가 1,290∼1,295원을 고점으로 예측했으며 소수의견으로 1명이 1,280원을 저항선으로 지목했다. 지난주 환율은 장중 1,270원대로의 진입을 시도, 하향 추세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7일 장중 1,276.60원까지 하락,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12월 13일 1,271.80원까지 다다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5거래일 가운데 수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4일이 하락했다. ◆ 힘잃은 달러, 약세골 측정 = 국내 외환시장의 현재 큰 그림은 달러 약세에 맞춰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달러 약세의 영향권내에 자연스레 편입돼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중 뉴욕 증시의 반짝 상승세로 달러 강세가 드러나기도 했으나 주말을 거치며 일시적인 조정이었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기조적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증시의 하락과 궤적이 맞춰지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감도 다시 부각될 태세다. 지난주 중 달러/엔 환율은 129엔대 등정이 좌절된 뒤 주말경 다시 127엔대로 떨어져 127.66엔을 기록했다. 지난주 말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시카고 은행인 회의에서 “단기적인 경제 전망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혼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자본지출 전망은 보다 건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그린스팬의 발언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을 씻어주진 못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엔이 지지선인 126.80엔을 하향 돌파할 경우, 하락이 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개입 우려감이 있으나 시오가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이 지난주 ADB총회에서 외환시장 불개입 방침을 천명한 이상, 달러/엔이 어느 선까지 내려설 것인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도 박스권 형성 과정을 거치느냐, 추가 하락의 기세를 유지할 것이냐는 고민은 달러/엔이 가리키는 방향과 레벨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김성순 딜러는 "글로벌한 달러 약세의 진행이 가장 큰 영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달러강세를 지지할 요인이 없어 달러/원도 이에 편승해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 매도심리 팽배 = 최근 장중 달러공급에 대한 열망이 팽창돼 있다. 업체들은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추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네고물량을 내놓고 있으며 거주자외화예금에 저장된 달러까지 내다팔고 있다. 금리가 인상된 마당에 외화예금에 굳이 달러를 넣어둘 이유가 희석되고 있는 셈. 또 역외세력도 보유물량을 처분하고 있으며 은행권에서도 달러되팔기(롱스탑)을 거듭하고 있다. 수급상 명백한 공급우위의 장세가 진행되고 있는 셈. 이번주에도 역외선물환(NDF)관련 역내 매물이 상당규모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에서 이를 롤오버매수 하지 않으면 시장에 물량부담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이달 들어서도 8일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되고 있는데다 지난주 금요일 대규모의 순매도가 이뤄졌으나 역송금수요의 유입은 신통찮다. 외국인?달러를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원화로 보유해 채권, 펀드, 수익증권 등에 투자, 환전수요 발생이 미미하다. 정유사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달러를 조달, 일부 결제외에는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요인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김진곤 딜러는 "기본적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자본수지도 달러공급이 많아 공급우위가 뚜렷하다"며 "주식투자자금의 경우 순매도를 해도 30% 정도만 본국으로 나가고 순매수자금은 70% 가량이 외환시장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 반등요인의 부각 시점 = 하락 추세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레벨 경계감이나 정부개입 등이 반등을 꾀할만한 요인이다. 외국인 주식순매도분의 역송금수요 유입이 신통치 않으나 잠재수요가 수면아래 잠복해 있을 가능성도 내포돼 있다. 최근 엔/원 환율이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내려선 점도 크지 않지만 하락을 약간 제한할 요인이다. 뚜렷한 의사표명은 없었지만 언제든 외환당국의 개입이 드러날 여지가 있다. 일단 정부도 달러 약세라는 큰 그림내 편입된 과정을 인정하면서 단지, 속도가 과할 경우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빛은행 박시완 딜러는 "바닥을 일단 확인해야 하나 반등요인의 부각이 언제쯤 이뤄질 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외환당국의 액션이나 잠재수요의 등장에 따라 낙폭 축소나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한국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무심하다가 지난달 중반이후 하락 급물살을 타고 이를 반영했던 환율이 최근 펀더멘털의 악화를 언제쯤 반영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128메가 SD램이 급락세를 보이며 2달러 언저리에 다가서고 △ 주가 약세 △ 미국 경기회복세 지연 △ 미진한 수출회복세 등이 경기 상승폭 제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환율 하락 모멘텀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