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이회창 후보가) 좀 소탈하고 서민적으로 보이도록 (다림질 할 때)바지 줄도 세우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는 12일 새로 이사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을 개방하며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서민들과 가까워지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여사는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냐'는 질문에 "전당대회장에서 큰절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며 "모든것을 다 버렸구나 하고 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 여사는 이어 "각종 악성루머로 오해를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성북동 양철기와집에서 겨울이면 수도가 얼어 물도 못구하는 집에서 청렴하게 살아온 '귀족'이란 오해를 받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97년 대선부터 문제가 된 자녀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큰애(정연씨) 나이가 40인데 친구들은 다이어트를 한다 헬스를 한다하고 난리지만 아직도 너무 말라 걱정이고 딸은 너무 말라 지금도 기성복을 사 입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제 유권자들도 우리 말을 믿어주지 않겠느냐"며 신체특성을 이해해 주기를 기대했다. 손녀의 '원정출산'의혹에 대해선 "남편(정연씨) 직장을 따라 하와이에 있다가 애기가 조금 불안전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현지에서 출산을 한 것인데 원정출산이라고 얘기하니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공직자 가족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온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 여사는 이어 "일부에서 이 후보를 두고 귀족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깔끔하게 보여 그런 것 아닌가하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감각있게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맞춰주다보니 그런 평이 나온 것 같다"고 재치있게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한 여사는 '이회창 후보의 단점을 지적해 달라'는 질문에는 "너무 엄숙하게 보이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내가 잘 웃으니 같이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이라고 권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의 장점에 대해선 "당선만 되면 대통령을 참 잘할 분"이라며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개선해 나갔으며 무엇보다 건강한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사는 "지난 97년 대선 때는 (정치를)너무 몰라 효과적으로 이 후보를 돕지 못했다"면서 "구석구석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여성의 시각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내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사의 계기가 된 '빌라파문'에 대해선 "미처 서민들의 감정을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부족한 점이 많았고 자성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여사는 "가회동 4층 빌라의 경우 외국인이 살다 갑자기 이사를 가게 돼 딸 아이에게 '위층 베란다에서 아래층이 쉽게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었다"면서 "딸아이가 아버지를 돕겠다고 이사온 것이 누가 됐다면서 면목없어 해 가슴이 아프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