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만 빼고 모두 아웃소싱하라.' 업계에 아웃소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구조조정 등과 맞물려 기업들마다 앞다퉈 거의 모든 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처럼 아웃소싱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6년 20조원 규모였던 아웃소싱시장이 지난해 1백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 기업체 수는 9만개, 종업원 수는 4백3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시장 규모는 지난 96년 1천억달러에서 지난해 3천억달러(약 4백조원)로 성장했다.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기업의 비율에 있어 미국은 90%, 일본은 77%에 이른다. 이에반해 우리나라는 40%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경제의 서비스화 추세로 국내 산업구조가 소프트화 및 서비스화되면서 전문서비스산업으로 이뤄진 아웃소싱시장 역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아웃소싱시장에선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무 경리 인사 물류부문에 국한돼 있던 아웃소싱분야가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분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생산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박천웅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회장은 "기업들은 상품기획, 마케팅 등 이른바 핵심 부문에만 총력을 집중하고 생산은 제조전문회사에 맡기는 시대가 왔다"며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보통신 단말기 메이커들이 생산의 아웃소싱에 적극 나서고 있다. IBM이나 미쓰비시전기 등은 생산공장을 미국의 생산전문회사인 솔렉트론사에 매각해 아웃소싱으로 조달하고 있다. 소니 NEC 마쓰시타 등도 외부 생산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분야의 아웃소싱도 일반화되고 있다.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업계나 개발 위험이 높은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R&D 분야의 아웃소싱이 급진전되고 있다. 이밖에 부품 및 원자재 등의 조달에서도 아웃소싱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아웃소싱을 전제로 한 기업까지 탄생하고 있다. 델컴퓨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마케팅 기획 재무 정도의 기능만 본사가 갖고 생산 물류 등 나머지는 아예 외부에 맡겨 값싼 컴퓨터를 공급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아웃소싱산업이 올바로 뿌리를 내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첨병이 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정원 코리아템프스텝 사장은 "신종 업종이다보니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재파견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어 직원 활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을 현업에 투입해 교육시키는데 6개월정도 소요하고 나면 기껏 1년여정도만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파견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일할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직원, 간호보조원 등 백화점 병원 등에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부문은 인재파견업에서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이로인해 관련 기업들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주)아웃소싱21닷컴(www.outsourcing21.com)이 최근 아웃소싱업체 8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4.8%가 부실한 정책지원으로 아웃소싱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업계의 요구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아웃소싱이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순기능을 감안해 앞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진대 산자부 유통서비스정보 과장은 "정부는 아웃소싱 등 비즈니스서비스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에 맞춰 아웃소싱 관련 법률, 제도 등 인프라를 정비하고 적극적인 규제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