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53)의 재즈 감상문을 담은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까치)가 출간됐다. 이 책은 화가 와다 마코토(和田誠)가 재즈뮤지션 26명을 골라 그림을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림에 글을 붙이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몇 년 전 발간한 「재즈 에세이(Portrait in Jazz)」에서 이런 시도를 했으며 이번 책은 속편인 셈이다. 작가는 테너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73)의 연주에 대해 "존 콜트레인이 텍스트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계단을 오르듯 변증법적이고 아날로그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면 롤린스가 보여주는 직관적이며 대담한 조형력은 뼈가 얼얼할 정도로 파워풀하다"고 평했다. 재즈뮤지션들에 대한 비평에 곁들여 재즈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체험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고교생 때 여자친구와 고베(神戶) 모토마치(元町)에 가서 펑크 재즈의 시조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74)의 앨범 「Song for My Father」를 샀던 일화 등 재즈에 대한 작가의 오랜 애정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책은 재즈의 악곡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재즈를 듣는 기분과 재즈가 지닌 힘등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자유롭게 써내려 갔다. 백인 여성 재즈가수 애니타 오데이(84)를 비롯해 글렌 밀러(1904-44), 오스카 피터슨(77), 오네트 콜맨(72) 등 이름있는 재즈뮤지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내가 생각하는 재즈관은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이어서 이책에서 다룬 뮤지션들에 대해 나와 견해가 맞지 않더라도 크게 마음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난주 옮김. 112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