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늬만 민영화...'정치외풍에 휘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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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으로 평가받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국내 게이트 정국의 파도에 휩쓸려 흔들리고 있다.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는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포스코 청탁관련 발언을 했다가 하룻만에 말을 뒤집는 파문을 일으켜 7일 전격적으로 보직해임됐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유 전무 파동을 놓고 민영기업이지만 여전히 정권실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의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맨들은 이번 사태가 최고사령탑인 유상부 회장의 거취문제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10월 민영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겉으론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주인없는 알짜기업이다 보니 갖가지 외부 유혹과 압력에 늘 노출돼 왔다.
지난해말 현재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포항공대.
지분율은 3.24%다.
이어 중소기업은행(3.12%),일본의 신일철(3.09%),외국계인 유로그로스펀드(2.94%)등이 주요 주주다.
경영권을 장악한 절대 민간주주가 없어 정치권의 입김에 쉽게 휘둘리는 구조다.
포스코 직원들도 많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한 직원은 "민영화되면 뭐 하냐"면서 "정치풍토가 바뀌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시달리게 돼 있다"고 자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포스코는 박정희 정권이후 정치외풍에 시달려 왔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주총을 앞두고 유상부 회장이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정치권 실세 K씨의 청탁을 잘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뒤따랐다.
유 회장은 올들어서도 정치권의 압력을 의식하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는 미국에서 해외IR을 앞둔 지난 1월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내 어느 기업보다 투명한 후계경영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 회장이 유난히 '글로벌 스탠다드' '주주중시 경영'을 강조해온 것도 이런 압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는 등 제도적으로 완전한 민영기업인데도 게이트 연루같은 불미스런 일이 터질 때마다 무늬만 민영기업이라는 한국적 현실을 절감한다"고 하소연했다.
전직 고위 공직자는 "포스코에는 정권실세나 이른바 친인척이라는 부류들쪽에서 납품청탁 인사청탁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민기업" 포스코의 국제적인 기업이미지는 물론 "성공한 전문경영인"이란 유 회장의 이미지도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후진.김홍열.이상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