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불똥 튀나...재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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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른바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대표) 게이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공개된 최씨의 육성 녹음테이프에서 김대중 정부 초기에 정권과 대기업간의 친소관계가 드러난데다 구설수에 휘말린 포스코 유상부 회장처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씨의 육성테이프에 따르면 DJ 정권은 초기에 대우와 현대는 도와줘야할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 삼성은 "손봐줄" 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최씨는 98년초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의 방한을 성사시킨 사실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하러 간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대우를 도와주라고 지시했음을 상세히 구술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지시는 "대우를 도와주게.김우중씨 같은 사람 없네.차기 전경련회장이 될 것이네.나 도움을 많이 받았네.그리고 (알리드 왕자를) 이회사 저회사 만나게 하지 마.그냥 대우만 만나서 투자유치를 시키게"라는 내용이다.
이에따라 왈리드 왕자가 대우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김우중 씨는 98년 9월 실제로 전경련 회장에 취임해 최씨가 김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이 실현됐다.
최씨는 또 현대도 김대통령 당선자가 도와줄 대상으로 찍어줘 현대자동차에 5천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우와 현대차 관계자는 최씨의 주장이 "정황상 맞을 공산이 크지만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알 왈리드 왕자에게 투자를 유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느냐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3월 왈리드에 전환사채(CB)를 매각한 (주)대우 관계자는 "당시 최씨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보좌역 신분으로 왈리드의 방한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씨가 김우중 전 회장을 만났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왈리드가 매입한 (주)대우 CB 규모도 최씨의 주장처럼 1억5천만달러가 아니라 1억달러였다고 한다.
(주)대우와 같은 날 5천만달러의 CB를 넘긴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반응이다.
당시 정몽규 현대차 회장이 왈리드 왕자를 만나 투자가 성사됐지만 중간에 최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왈리드는 2001년 3월 CB 만기가 도래하자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약정금리를 붙여 현대차로부터 현금으로 상환받았다고 한다.
당시 주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의 경우 정권 입장에서 손봐줄 대상이었는데 최씨 자신은 삼성을 돕다가 사정의 표적이 돼 권력 핵심부에서 제거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98년 여름 만난 모의원으로부터 "지금 재벌 버르장머리 고친다는데 니가 이건희회장 만나고 그 사람 비행기 타고 사우디라아비아에 가서 난리법석을 떨어버리면 위에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겠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주기는 했으나 이회장과 최씨가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푼의 외자가 아쉬운 당시 외자유치에 실력을 보였던 최씨를 대부분 기업이 만나고자 했다"며 "최씨 문제가 경제계로 확대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쌓아온 국가 신용도,기업의 브랜드가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