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만기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 시장은 숨을 죽인 채 프로그램 매매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 체력이 극도로 약화된 가운데 장중 지수 출렁임 폭이 커져 시야를 제한하고 있다. 증시자금 유입 둔화로 인한 기관 매수력 소진과 그에 따른 수급 불안, 그리고 모멘텀 부재를 고려할 때 약세장 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이닉스 매각 불발과 반도체가의 지속적인 하락세, 그리고 무엇보다 살얼음판위를 걷는 미국 나스닥지수의 향방에 대한 우려도 시장을 뒤덮고 있다. 종가기준으로 이틀째 백워데이션을 보이는 등 시장베이시스 불안정성이 발생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가 1조 1,000억원 가량 남아 이의 해소 여부가 단기적인 시장 관심의 초점이다. ◆ 급격한 장중 변동성 = 옵션 만기를 앞두고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증시는 개인 순매수와 기관 순매도가 팽팽히 맞서며 전약 후강 장세였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관망세로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외국인의 장중 급변하는 선물 거래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 변화로 장중 종합지수가 20P 가까이 출렁거렸다. 프로그램 매물 쇄도로 장중 836선까지 내렸다가 장후반 외국인 선물 순매도 규모가 절반 가까이 급감, 이에 고무된 기관이 비차익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에 가담해 낙폭을 만회한 것. 기관이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를 줄이며 장 막판 반등했지만 비차익 매물은 언제든지 시장 변화에 따라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로 상대적 강세를 보였지만 대안 시장으로의 기대는 크지 않다. 미국 기술주의 경기 회복 부진과 반도체 시세 악화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이 장중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는 가운데 기술주 경계감으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처분했고 그나마 현대차, 기아차 등과 국민은행 등 금융주를 순매수해 우려감을 조금 경감시켰다. 코스닥의 국민카드, 강원랜드, CJ39쇼핑 등에도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기관은 이날 프로그램 매물을 제외할 경우 관망세를 유지한 정도였고 개인 순매수만이 여전히 지수를 받치는 모습이었다. ◆ 옵션 만기일 시장 교란 대비 = 기본적으로 시장은 옵션 만기를 앞둔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하락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50선 아래의 대기 매수세를 고려할 때 급속한 하락 가능성은 적지만 완만한 기간조정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옵션 만기를 앞둔 장중 반등에는 차익실현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선물 거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방향성 잡기가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하락조정장세에 들어가 있다고 보고 반등시 비중축소와 관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옵션 만기를 겨냥한 거래로 큰 폭 지수하락을 저지하는 형태의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지선을 찾지 못하는 나스닥 시장 불안 등을 고려할 때 반등이 나오더라도 추세로 보기 힘들어 주의가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유욱제 수석연구원은 "만기일 전에 프로그램 차익잔고가 나오는 것은 충격 분할 차원에서 긍정적이나 비차익잔고 움직임도 경계 대상"이라며 "다음주초 프로그램 잔고가 대거 해소될 경우 옵션만기일을 전후한 저가 매수는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프로그램 매물이 많이 나올 경우 목요일 종가에 오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만기일 당일 충격이 예상된다”며 “단타를 노릴 경우 다음주초 장중 저가 매수는 가능하지만 조정장임을 감안할 때 확인하고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이 위쪽으로 방향을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관련주보다는 내수관련 중소형주와 코스닥 실적주중 분위기에 휩쓸려 급락한 종목 중심의 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