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양해각서(MOU)에 대한 채권단 찬반표결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은행들이 신규여신 15억달러에 대해 채권단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채권단이 매각대금으로 받게될 마이크론 신주는 장내 매각이 아닌 블록세일(입찰에 의한 도매판매)방식으로만 팔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따라 헐값매각 반대론이 확산되면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규여신 공동책임 공방=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은 지난 24일 열린 'MOU'설명회에서 신규여신 15억달러에 대한 공동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규여신 제공은 매각계약의 전제조건인 만큼 매각대금 중 4억4백만달러를 여신부실화에 대비한 '손실준비금'으로 달라고 요구한 것. 마이크론코리아(가칭·마이크론이 메모리부문 인수 후 신설하는 법인)가 부도날 경우 약 8억5천만달러 가량의 손해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체 채권단과 은행권이 이를 절반씩 분담하자는 주장이었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은 즉각 반발했다. MOU설명회에 참석했던 투신사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적어 무담보채권자는 회수율이 '0'에 가까울 것으로 보이는 판인데 은행들 대출에 충당금까지 쌓아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여신제공을 약속한 은행들이 다른 금융권에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신규여신은 지급보증이 없고 담보도 빈약한데다 유사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며 "금융권 관행상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구조인 만큼 자체 여신심사 통과를 위해 그런 아이디어를 강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내매각 안되는 주식=채권단이 받게 될 매각대금은 마이크론 신주 1억8백57만여주.당초 알려지기로는 매각시기에 대해서만 제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MOU 공개 이후 새로운 제한사항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더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이 주식은 일반적인 장내 매각이 금지돼 있다. 인수방식에 의한 매출만 가능한 것이다. 이 경우 채권단은 주식매각시 상당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며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또 매각추진시 마이크론과 상의해야 하며 주간사도 마이크론이 지정하는 회사를 통해야 한다. 매각대금의 3%에 달하는 인수수수료도 채권단이 부담해야 한다. 주총에서는 다른 주식의 찬반비율을 따라야만 하는 섀도보팅만 가능하며 채권단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마이크론이 증자를 할 경우에도 참여할 수 없다. ◆매각반대론 확산=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이닉스 노조와 소액주주는 물론 채권단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져 최종타결까지는 장애물이 많다고 24일 보도했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 때문에 마이크론 주가는 24일 뉴욕증시에서 전일보다 2.09달러(7.11%) 떨어진 27.30달러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25일 하이닉스협력회사협의회(회장 이완근 신성이엔지 대표)는 헐값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정부와 채권단에 보냈다. 이날 오전 협의회 주최 간담회에서 고려대 민석기 교수와 서울대 김형준 교수도 반도체산업이 쓰러질 것이라며 매각을 반대했다. 하이닉스 노조와 협력회사 협의회,하이닉스살리기국민운동연합회는 26일 이천에서 집회를 가진 뒤 27일 오후2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또 한차례 군중집회를 갖는다. 김성택.김인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