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금리는 펀더멘털 관련 악재가 그동안 충분히 소화됐다는 인식으로 소폭 하락 출발해 횡보하다가 장 막판 다음달 국채 발행 물량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하락폭을 확대했다. 3년물 국고채권 금리가 월중 최저 수준인 것은 맞지만 2주 연속 6.4대 중반∼6.5%대 초반의 좁은 박스권은 2주 연속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콜금리가 당장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발표되는 경제 지표도 선반영됐다는 분위기여서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거래 의욕을 잃어 거래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의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있었고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로 흡수했으나 장세를 변화시킬 만큼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시장은 호재에도 큰 반응이 없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고채를 포함한 MMF의 편입자산 평균만기를 90일에서 120일로 늘리기로 추진한다고 밝혀 통안채와 국고채 1∼3년물 매수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별반응이 없었다. 2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6.44%에 거래를 마쳤다. 3년 만기 2002-1호는 0.02%포인트 내린 6.46%에 장 막판 호가됐다. 5년 만기 국고채권 2002-5호는 7.00%로 0.02%포인트 밀렸으며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6%포인트, 0.02%포인트 하락해 6.27%, 5.40%로 마감했다. 회사채도 보합권 안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0.02%포인트 내린 7.18%를, BBB- 등급 수익률은 0.02%포인트 하락한 11.16%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이틀 연속 상승했다. 6월물은 0.13포인트 오른 103.03으로 마감,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으로 103.00선을 상향 돌파했다. 그러나 거래는 무척 부진해 종일 거래량이 2만1,102계약에 불과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이 1,686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1,747계약 순매수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RP 3일물 4조원어치를 금리 연 4.05%에 매각했다. ◆ 보합권 장세 이어질 듯 =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6%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며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는 것도 의미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4.1%로 전망했다가 지난 19일 5.8%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강봉균 원장의 발언으로 KDI가 불과 5일 전보다 경제를 훨씬 더 장밋빛으로 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시장은 익숙한 경기 낙관론에 쉽사리 반응하지 않았다. 금리의 조기 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구용욱 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당초 생각만큼 콜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급 면에서 보더라도 한국은행이 통안채나 RP 등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지만 정책이 아직 '중립'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 또한 시장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전망치를 기관장인 원장이 나서서 며칠도 안돼 바꿔 놓은 것을 보고 썰렁한 채권시장 분위기 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립서비스'라는 냉소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KDI의 경제전망이 매 분기별 바뀌는 일이 종종 있으나 국채를 발행하는 재정경제부의 시각이 담겨져 있는 데다 연구기관의 책임성이나 신뢰성이라는 점에서 상식상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강봉균 원장의 '6% 성장 주장'에 대해 "올해 6% 성장이 가능한 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미국에서는 상무부가 3월 내구재 주문과 단가구 주택 판매건수를 발표한다. 또, FRB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담은 베이지북을 발행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미국 금리가 보합권에서 횡보했던 것은 경제 지표 발표가 뜸했던 것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며 내구재 주문 등 발표를 계기로 금리 변동성이 제한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경닷컴 양영권·이기석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