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인생을 좌우한다. 주말라운드에서 베스트 스코어를 냈거나 친구와의 라이벌전에서 승리하면 천하를 얻은 듯 일주일이 즐겁다. 반면 스코어가 엉망이면 일주일이 무거워진다. 사소한 것 같지만 골프는 골퍼들의 기분 의욕 활력 등을 상당 부분 지배한다. 그런데 골퍼들은 그토록 중요한 골프 스코어가 1백% 스윙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명필이 붓을 가리냐"는 말도 하고,"내가 잘치면 그만"이라는 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20년은 과거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스코어 향상을 기하려면 우선적으로 클럽을 제대로 골라야 한다. 이는 사격선수가 아무 총으로나 우승할 수 없다는 논리와 같다. 예를 들어 헤드스피드가 1백마일이 넘는 골퍼가 레귤러 샤프트의 채를 쓰면 볼은 십중팔구 왼쪽으로 감길 것이다. 반대로 90마일밖에 안되는 골퍼가 스티프한 샤프트를 쓰면 볼이 계속 밀리며 슬라이스가 나기 십상이다. 문제는 골퍼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골프채 메이커나 골프숍에도 있다. 최근 유명 브랜드 골프채를 실측해보니 메이커마다 샤프트 강도에 엄청난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샤프트 강도는 기계로 샤프트를 떨리게 해서 분당 몇번 진동하느냐로 측정하는데 우드의 경우 2백40∼2백50cpm(분당 진동수)을 R(레귤러)로 분류한다. cpm이 적을수록 약한 샤프트다. 그런데 같은 R샤프트라 하더라도 미국 타이틀리스트 975J드라이버의 경우는 2백63cpm이고,일본 카스코 파워 토네이도는 2백16cpm이었다. 우드의 경우 2백40∼2백50cpm을 R로 치니까 카스코는 거의 여자채 수준이고,타이틀리스트는 R가 다른 브랜드의 SR 수준쯤 된다는 얘기다. 샤프트 강도만 해도 이 정도 편차가 있는데 골퍼들은 단지 R냐,S냐만을 따지며 너무도 단순하게 구매한다. 골프숍은 이익만을 고려해 채를 팔고,골퍼들은 브랜드만 따지며 '클럽의 과학'을 외면한다. 그러면서도 안 맞으면 자신의 스윙만 탓하니 얼마나 착하고 갸륵한가. 엊그제 TV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가짜 골프채 사건도 그 근본 원인은 골퍼들의 '비과학적 구매'에 있다. 원가 15만원짜리를 1천만원에 사면서도 클럽에 대한 체킹을 전혀 안 하니까 가짜가 판을 치는 것이다. 골프채 구매도 이제는 '과학'인 시대다. 본사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