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이 마침내 타결국면에 접어 들었다. 채권단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핵심 쟁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보증보험을 동원,쟁점을 타결시켜 준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최종 타결을 자신하기엔 아직도 난제가 많다. 채권단과 회사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 특히 투신사를 중심으로 한 2금융권,소액주주,하이닉스 반도체 내부 등의 저항이 크다. 매각대금이 당초 예상됐던 40억달러보다 6억달러나 적어진데 따른 "헐값매각 시비"도 걸림돌이다. MOU엔 어떤 내용 담았나=일단 이번 MOU는 비구속,조건부로 체결됐다. 어느 일방이 MOU 내용을 파기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비구속이고,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MOU자체가 파기된다는 점에서 조건부다. 양측이 오는 30일까지 충족시키기로 한 조건은 세가지로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하이닉스 이사회 마이크론 이사회가 모두 이 MOU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는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이 찬성해야 승인을 얻을 수 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매각대금은 마이크론 신주 1억8백60만주로 결정됐다. 양측은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매각대금을 40억달러수준(비메모리부문에 대한 출자 2억달러 포함)으로 의견을 모았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마이크론 종가가 주당 29.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총 매각대금은 34억달러에 불과하다. 서울보증보험을 활용한 현안타개=마이크론 주식 가격문제와 함께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신규대출에 대한 보증 여부"는 서울보증보험이 나서면서 타결됐다. 채권단은 그동안 마이크론코리아에 신규로 대출해주는 15억달러에 대해 마이크론 본사차원의 보증을 요구했고 마이크론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협상타결을 위해 제3자인 서울보증보험이 마이크론 본사를 대신해 지급보증을 서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방안은 특정 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어서 정부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보증보험은 공적자금 투입 이후 기업여신이나 회사채에 대해 일절 보증하지 않겠다고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맺은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전망=협상 대표들간에는 대부분 쟁점이 해소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대응자금 부담주체,지식재산권 분쟁에 따르는 책임승계 여부 등 그동안 쟁점 사안들이 일괄 타결됐다는 게 협상 대표들의 전언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채권단과 주주들이 이같은 합의안을 승인해 줄지 여부다. 전망은 밝지 않다. 채권단협의회에서는 투신사 등 2금융권과 외국계 은행 등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권단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워낙 적다. 이를 감안하면 하이닉스 매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