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운드 등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환경물류"(Green Logistic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경물류란 생산자가 중심이 돼 수명이 다한 제품을 회수한 뒤 리사이클링을 거쳐 재자원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동맥물류"(생산에서 판매까지의 물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맥물류"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가전업체들이 환경물류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은 대규모 리사이클링 센터(Recycling Center)를 잇따라 건립하고 용량이 큰 폐가전제품의 재자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만도캐리어 등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총 78만대의 폐가전제품을 회수해 재자원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해 고시한 목표치 64만9천대를 20% 가량 초과한 규모이다. 이런 실적올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시행(2002년 2월)을 앞두고 가전업체들이 1년여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98년 5월 충남 아산에 연간 28만대의 폐가전제품을 처리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센터를 완공했고 2001년 8월엔 LG전자가 경남 함안에 리사이클링센터를 건립했다. 중부권과 영남권의 폐가전제품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협회 송효택 팀장은 "가전업계는 지난해 1월부터 "생산자 책임재활용 제도"에 준하는 시범사업을 펼쳐왔다"며"가전 유리 타이어 등 환경물류가 강조되는 업종 가운데 가전분야의 실적과 협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업계는 올해에도 전국적으로 1백40만대의 생활가전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005년이 되면 가전 폐기물이 연간 2백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연내 수도권에 36만대를 처리할 수 있는 센터를 완공하고 2003년까지는 전북 정읍에 호남센터를 지어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가전분야의 환경물류는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서 참고할 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류 전담사인 토로스와 SLS는 전국의 대리점과 양판점 등에서 메이커 구별없이 폐가전을 회수하고 있다. 특히 특정회사의 가전제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한 뒤 버리는 폐가전제품을 모아 지역 리사이클링센터로 가져가고 있다. 이들 폐가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역 리사이클링센터로 보내지고 파쇄 분쇄 등의 과정을 거쳐 철 알루미늄 구리 등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가전제품 포장재인 포장지와 스티로폼도 별도의 공정을 거쳐 액자틀이나 화분 등으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 SLS 조병준 차장은 "기업들이 유통망을 통해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과 함께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 재자원화하는 환경물류 분야의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